이창용 총재, ‘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정책심포지엄’ 축사
“민간부채 작년말 기준 GDP 206.5%,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
“부동산으로 지나친 자금 쏠림, 금융위기 초래 가능성, 韓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도한 대출 받아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욱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게 유도하여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5일 '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정책심포지엄'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오늘 심포지엄에서는 가계와 기업 금융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우리나라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2023년말 기준으로 GDP의 2배가 넘어(206.5%)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계부문을 보면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초반 50%대에서 코로나 직후 10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가계가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부채에 크게 의존해 온 결과"라며 "실제로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계대출 74%가 주택관련 대출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더라도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80%에 달해 미국(37%)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대출 역시 부동산으로의 쏠림이 상당히 커졌다. 2010년말 GDP대비 9%였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지난해말에는 24%까지 늘어났다"며 "이렇게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집중됨에 따라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성장동력의 약화를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기업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증대했다. 최근의 부동산PF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부문으로의 지나친 자금 쏠림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라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계와 기업 금융의 구조적 문제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부문에서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직결되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에는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pivot)이 이루어졌다"라며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욱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저출생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게 유도하여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구조개혁에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만큼 아무쪼록 교수님들과 연구자들께서는 통찰력 있는 연구와 과감한 정책 방안을 제안해주고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