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465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처음
하나證, '탄핵 정국+美 금리 인하 기조' 등 대내외 어려운 상황 직면
"환율 안정 안 되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둬야" 관측도 내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대를 돌파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오전 한때 1465.5원까지 고공 행진했다. 환율은 이후 1462∼1465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고,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도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며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여파로 한국 12월 소비심리가 88.4포인트(P)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하락하고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급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순매도 움직임이 지속되며 달러 유출 압력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녹록치 않은 한국 경제 상황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2025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연내 1.4회 내외로 줄어들었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도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 상반기 달러·원 환율은 미국 예외주의, 트럼프 집권 2기 무역분쟁 심화로 인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은 내년 1월 예정된 트럼프 취임 직전 달러·원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외환당국 개입 및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한계점도 명확
전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환시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경계감이 달러·원 환율 상단을 일부 제약하고 있지만 시장 안정화 조치는 환율의 추세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대외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한국 외환보유고는 4,000억 달러를 상회해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으며, IMF도 지난 7월 대외부문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다양한 충격 상황에서 충분한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압박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부담도 커질 소지가 있다"면서 "국민연금도 외환당국과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리고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며 외환시장 안정에 일부 기여하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봤다.
국민연금은 9월말 기준 해외자산의 2.75%에 대해 전술적 환 헤지를 하고 있고,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 헤지 유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전략적 환 헤지는 2022년 11월 도입 이후 아직까지 발동된 적이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게 전 연구원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전술적(5%)·전략적(10%) 환 헤지를 통해 해외자산의 최대 15%까지 환 헤지가 가능하다.
전 연구원은 "원화 고유의 강세 유인을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경로가 유일해 보인다"면서 "미 달러에 대한 롱심리가 유지되는 동안 달러-원 환율의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와 고용을 저울질하던 미 연준이 12월 FOMC에서 물가 상방 리스크에 비중을 크게 두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며 "속도 조절은 타당한 결정이었으나, 미국의 경제 여건 감안 시 연간 금리인하 폭은 시장이 현재 반영하고 있는 연내 1.4회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노동시장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심리지수가 12월 104.7P로 전월보다 8.1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낮아졌다"면서 "미 달러는 고용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시점부터 완만한 속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달러·원 환율의 경로는 상고하저의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미국 예외주의 지속,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시점은 다소 지연될 수 있어 보인다"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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