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고의 원인을 조류 충돌로만 볼 수 없어"
"랜딩기어 내리지 않는 것, 매우 드물고 이례적"
"착륙시 꽤 늦게 반대 방향으로 바뀌어…추측 많아"
"보잉 터보팬 엔진, 조류 충돌 시 심각하게 손상될 수도"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 외벽에 부딪혀 발생한 참사와 관련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당국이 언급한 조류 충돌 가능성이 이번 항공기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이탈리아 공군 아카데미의 전 교사인 그레고리 알레지는 "지금은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비행기는 왜 그렇게 빠르게 달렸나, 플랩(Flap, 날개에 장착된 보조 조종장치)은 왜 열리지 않았나, 랜딩기어는 왜 내려가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조류 충돌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조류 충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사고 영상에 따르면 "역추진 장치를 제외하면 비행기 브레이크 시스템이 대부분 작동하지 않아 '큰 문제'가 발생했고 빠르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이어 "랜딩기어가 아직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낮았고, 내려진 상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는 일은 정말 매우 드물고 이례적"이라며 "대체 시스템을 사용하여 기어를 내릴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는 "조류 충돌은 드문 일이 아니며, 랜딩기어 문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조류 충돌은 아주 자주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행기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 항공 전문가 제프리 델 역시 "새떼가 엔진에 빨려 들면서 새 충돌로 인해 엔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바로 엔진이 꺼지지는 않아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은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29일 오전 8시 57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고 그로부터 2분 후인 8시 59분께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고, 이후 급하게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한 뒤 약 4분 만에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했다.
버킹엄셔 뉴 대학교의 항공 운항학 수석 강사이자 전직 조종사인 마르코 찬은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로 착륙 계획을 변경한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마르코 찬은 "그것도 꽤 늦게 반대 방향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조종사의 작업량이 늘어났다"며 "이 단계에서 추측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사고기 기장이 활주로 반대편에서 착륙을 시도한 데 대해 "조종사의 판단인지, 관제탑의 지시인지 추후 교신내용 등을 분석해 규명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최종 판단은 조종사가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기장은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약 2분 뒤인 8시 59분께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오전 9시께에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했다.
보잉 737-800 항공기의 기장은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았으며, B737-800 기종만 6096시간, 1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류 충돌설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의 의견도 제기된다. BBC는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학에서 항공학을 가르치는 더그 드루리 교수가 지난 6월 기고한 기사를 인용해 "보잉 항공기에는 터보팬 엔진이 사용되며, 이 엔진은 조류 충돌 시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드루리 교수는 "조종사들은 새들이 가장 활동적인 이른 아침이나 일몰 시간에 특히 경계하도록 훈련을 받는다"고도 했다.
현재 당국은 제주 항공 7C2216 편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조건의 영향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ｍ이지만, 내년까지 진행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관계로 약 300ｍ가량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ｍ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 등 2종의 블랙박스가 수거하는 등 정확한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