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접 협상 주도하려 켈로그 지명…"하라는대로 할 것"
러, 켈로그 종전 구상 비판…"협상 시작도 전에 공격"
트럼프 "러 협상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 가능성"
"트럼프, 우크라에 파멸적 양보 강요할 것"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키스 켈로그 러시아 우크라이나 특사에게 100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는 임무를 맡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에게 100일 이내에 전쟁을 끝내라는 임무를 맡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러시아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켈로그 특사의 구상을 비판하고 전쟁 종식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따라 향후 진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퇴한 중장 켈로그 특사가 100일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라는 임무를 맡았으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켈로그 특사를 지명한 것은 자신이 직접 협상을 주도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켈로그 특사는 2015년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무급 자문 역할을 자처하며 신임을 얻었다. 이후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요직을 맡으며 백악관에서 4년을 근무했으나 당시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경청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켈로그를 신뢰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켈로그 특사가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제 협상에서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한다. 한 전직 NSC 직원은 ""트럼프는 켈로그를 충성스러운 인물로 여기지만, 그가 정책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그는 트럼프의 입장을 벗어난 어떤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특사와 마찬가지로 켈로그 또한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하지만 지명됐다"고 짚었다.
◆…키스 켈로그 러시아 우크라이나 특사 <사진 로이터>
켈로그 특사는 지난해 트럼프 측 싱크탱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와 공동으로 작성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계획을 바탕으로 특사로 지명됐다.
이는 바이든 전 행정부가 군사 지원을 지연시키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이끌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NATO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보류하고 러시아가 평화 협정에 서명할 경우 일부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정을 거부할 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제안도 담고 있다.
다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를 즉각 거부하고 나섰으며 켈로그 특사와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이 구상을 "당근과 채찍"이라고 비판하며 켈로그 특사를 "냉전 유물"이라고 비난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정치학자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는) 이미 그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는 협상이나 휴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기간 취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취임식 날, 전쟁을 서둘러 종결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영상 연설을 통해 "향후 협상의 목표는 단순한 휴전이나 재무장을 위한 일시적 중단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이익이 존중되는 장기적 평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협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한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러시아에 파멸적인 양보를 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놨다.
그는 "푸틴은 트럼프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켈로그가 푸틴 영향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작으며 그는 트럼프가 하라는 대로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