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신의칙 위반 납세자 세금부과 정당"결정
그 동안 과세관청에 주로 적용됐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납세자에게도 적용,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세심판원 심판결정이 나왔다.
납세자가 과세관청에 '배신행위'를 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직접 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9일 "최근 조세심판관 합동회의에서 납세자가 조세회피 등 목적으로 심각한 배신행위를 한 경우, 납세자에게도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자신을 믿고 있는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세법원칙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서로 신의성실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동안 주로 과세관청에만 적용됐다.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납세자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을 적용하지 않아도 가산세 부과, 조세범처벌 등의 법적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심판원은 지난해 대법원이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납세자에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판결과 동일한 이번 사건에 대해 소득세 또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매형이 운영하는 회사가 화의절차에 들어가자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매형의 의사에 따라 회사 부동산(공장)을 자신 명의로 이전하고, 부동산임대 사업자 등록을 한 후 공장을 임대한 것처럼 꾸몄다.
회사는 공장 임대와 관련해 A씨에게 매달 3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했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공장을 담보로 제공하고 A씨 명의로 대출받은 대출금 이자를 지급한 것일 뿐, A씨의 호주머니로는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A씨는 공장 임대수입에 대한 부가세 확정신고를 하면서 공장 취득가액에 대해 매입세액을 환급 받는 등 부가세를 자진신고·납부해 오다, 2003년 돌연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고 2004년 제1기 부가세 일부도 체납한 채 폐업을 해버렸다.
이에 국세청은 A씨에게 체납한 부가세 및 폐업시 잔존재화에 대한 부가세를 과세했지만 A씨는 자신이 단순한 명의자에 불과하고 실제 임대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국세청 과세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 사건과 관련해 "A씨가 명의신탁 받은 공장을 회사에 임대한 것처럼 가장해 매입세액까지 환급 받고, 폐업 후 부가세가 과세되자 자신은 단순히 명의자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 직후 A씨가 납부하지 않은 2003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했지만 A씨는 "임대소득이 한 푼도 없는데 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심판원에 불복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결정문(2009전2368)을 통해 "A씨가 부가세를 환급 받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한 후 자신이 실제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한 뒤 "실제 사업자가 아니라는 A씨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국세청의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이번 심판결정과 관련해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제재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의무 이행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각한 배신행위를 한 납세자에게도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