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의 열쇠를 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들어 자주 언급하는 게 있으니 바로 'GDP(국내총생산) 갭'이다.
노동, 자본 등 생산 요소를 투입해 얻는 산출물(output)의 격차(gap)인 GDP 갭은 한 나라가 실제 생산한 결과(명목 GDP)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잠재 GDP)을 뺀 값이다.
김 총재는 지난달과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연달아 'GDP 갭'을 언급했다.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GDP 갭이 하반기에 사라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실제 GDP가 잠재 GDP에 미치지 못해 GDP 갭이 음(-)의 값을 가지면 경기가 침체된 '디플레이션 갭'으로 부른다. 반대로 GDP 갭이 양(+)의 값이 되면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한 '인플레이션 갭'이라고 한다.
김 총재의 언급대로면 올해 하반기 중 디플레 갭, 즉 GDP 갭의 음의 값이 사라지고 점차 인플레 갭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금융위기로 성장 잠재력이 다소 훼손돼 잠재 GDP가 줄어든 상황에서 올해 5%를 웃도는 경제 성장률에 힘입어 실제 GDP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둘 사이의 격차가 바짝 좁혀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과연 김 총재의 예상대로 GDP 갭이 하반기에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기관들마다 견해차가 크다. 각자 올해 성장률 전망이 다른 데다 잠재 GDP를 추산하는 방법도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23일 장기 추세치를 구하는 방법으로 계산한 잠재 GDP가 올해 1천46조2천억원으로 실제 GDP 예상 규모 1천30조5천억원보다 약 16조원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은 내년에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도 "GDP 갭을 잠재 GDP로 나눈 GDP 갭률이 올해는 -0.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따라잡지 못하는 디플레 갭 상태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지난해 1분기 -4.1%까지 내려갔던 GDP 갭률이 차츰 마이너스 폭을 축소해 올해 1분기 들어 1년 반 만에 0.8% 플러스 전환한 것으로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에 GDP 갭이 사라졌다가 4분기에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본다"며 "기관마다 추정하는 방식이 달라 누가 맞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