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에서 일약 통화정책 수장 자리에 오른 그는 취임 일성으로 한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강조하고 금융안정 기능 강화, 정부 정책과의 조화,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은도 정부"라는 그의 발언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게 하는 꼬리표가 됐고 금융통화위원 한 자리는 3개월째 비어 있는 등 인사와 조직 정비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빠른 경기 회복 속에 물가 안정을 도모하면서 국제 금융위기 때 취한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의 적절한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큰 과제가 김 총재 앞에 놓여 있다.
한은은 8일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는 김중수 총재의 100일'이란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외환시장의 안정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취임 이후 투자은행과 간담회를 하고 국내외에서 9차례의 강연 및 연설을 하면서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외 소통도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금융질서 개편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선진 중앙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직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듯한 정부 쪽의 발언이 끊이지 않아 김 총재의 리더십과 입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 총재의 취임 100일째가 되는 9일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총재가 지난달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위험을 경고한 가운데 금통위가 출구 쪽으로 더 다가서거나 행동(기준금리 인상)에 옮길지, 대외불안 요인을 고려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인사와 조직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한 자리는 공석이고 한은 국제.외화 담당 부총재보도 비어 있다.
한은은 6월 말부터 외부컨설팅 업체와 함께 조직진단 작업을 하고 있어 8월은 돼야 임원을 시작으로 후속 인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가 취임 이후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임기가 4년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