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이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차명계좌가 탈세를 양산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20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종합국정감사 자료에서 "차명계좌도 부동산처럼 명의자만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강행규정을 신설하고, 형사처벌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를 사용해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알려졌고,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도 차명계좌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차명계좌는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매출액)을 누락하고, 소득금액을 탈루·은폐하는 수단이 되고, 금융자산에 대한 상속·증여세 과세를 무력화하며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제도도 무력화하는 탈세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실소유주나 명의 대여자에 대해 아무런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차명을 허용하고 있어 차명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세부담의 공평성 확보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명계좌에 든 돈에 대한 소유권을 계좌명의자로 제한해야 차명계좌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 명의대여 계약이라는 사적 자유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강행규정으로 제한이 가능할 것"이라며 "아울러 일본과 같이 실소유주와 명의 대여자 양측에 대한 형사처벌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