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국내 금융사도 헤지펀드 운용·판매
최소금액 5억원…고액자산가 투자 가능해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정통이 아닌 대안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대안투자는 원자재 등 새로운 투자처. 특히 글로벌주식이나 외환시장에서 단기이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헤지'란 본래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인데 헤지펀드는 위험을 분산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투자지역이나 대상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리스크(위험)도 크다.
현재 이러한 헤지펀드는 국내에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으나 전부 외국계 상품이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하려면 증권사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가입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금융회사가 직접 운용하고 판매하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올해 안에 도입될 계획이어서 개인투자자의 헤지펀드 투자기회도 활짝 열릴 전망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9월경 시행을 목표로 금명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가입금액은 최소 5억 원으로 정해졌다.
권대영 금융위 자본시장국 과장은 "해외 헤지펀드의 성공사례 등을 볼 때 국내의 개인투자자에게도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헤지펀드 도입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한국형' 헤지펀드란? =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식은 현재 제한돼 있는 투자대상 등을 넓히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처에 창의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조조정 기업에 50%를 투자해야 하는 의무비율도 폐지된다.
파생상품 매매에 따른 손실가능 금액은 기존의 100%에서 400%로 늘어나고 투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전차입 한도도 펀드재산의 300%에서 400%로 확대된다.
최소 6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헤지펀드를 취급할 수 있다. 국내외 헤지펀드의 운용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도 3명 이상 둬야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헤지펀드 자본금과 운용경험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 10∼19곳, 자산운용사 14∼20곳, 자문사 6∼7곳 등 최대 46곳 이상의 금융회사가 헤지펀드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 치열한 경쟁 예고 =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의 대안투자(AI)팀은 현재 8명으로 헤지펀드의 운용경험이 풍부한 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인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또 '글로벌 헤지펀드 포럼'을 지난 8일 열고 글로벌 운용사인 GLG파트너스의 공동설립자Pierre Lagrange(피에르 라그랑쥐)와 GAM의 이머징마켓 담당 Paul Mcnamara(폴 맥나마라) 등을 초청해 토론을 벌였다.
정진균 삼성증권 AI 팀장은 "헤지펀드는 예금금리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으면서 기업어음(CP)보다 안전하다"며 "상승장에서는 주식비중을 확대하고 하락장에서는 헤지펀드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프랑스 자산운용사 뉴알파(New Alpha)와 협력해 헤지펀드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헤지펀드 투자를 위한 펀드조성 양해각서(MOU)'를 뉴알파와 체결했다.
강준호 우리투자증권 상품개발부 과장은 "저금리와 증시부진으로 인해 고액자산가의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재간접 헤지펀드의 등장으로 헤지펀드 인지도가 높아져 앞으로 상품개발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헤지펀드는 환매시 걸리는 시간이 일반 금융상품에 비해 길고 제한이 따르기도 한다. 또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데다 1998년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도 지적됐다.
이에 금융위는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해 금융회사가 판매 현황 등을 분기마다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