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이 은행권 '2배'
KDI 연구위원 "전세혜택 줄이고 월세혜택 늘려야"
부동산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인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내부적인 리스크는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일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2010년 1/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및 정책현안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택담보대출액 잔액은 지난해 4/4분기 389조2000억원에서 올해 1월 388조6000억원으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대출의 '질'적인 부분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은행권은 6.7%인 데 반해 비은행예금기관의 증가율은 13.3%로 은행권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통상 비은행권 이자율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택담보대출의 전반적인 리스크가 증대된 셈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비은행권 대출규모가 더 많이 늘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주택담보대출의 리스크 자체는 예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전체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5%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체에 따른 가산 금리의 경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91%로 정점을 기록한 뒤, 최근에는 1.4~1.5%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0년 이후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 올해 1월 현재 0.8%정도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던 전세가격은 최근 상승률이 둔화 또는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실제 거래량은 큰 폭의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대부분의 지역이 인·허가 발행물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주택경기의 후행지표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월 전국적으로 1만2220호로 장기평균치(2만5188호)를 크게 밑돌고 있으며, 아파트 거래물량 또한 지난해 4/4분기 이후 감소세가 이어져 전국적으로 –26.8%, 서울지역은 –40.2%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반면 2007년 이후 저조했던 주택건설 인·허가 발행물량은 지난해 43만호로 증가해 장기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작년 4/4분에만 평년의 2배가 넘는 25만호가 인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새로 지은 물량은 많지만 실거래는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모양새다.
보고서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이 같은 매수세 부진 원인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구매능력 부족 등 다른 이유보다도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나 가구 수 감소,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더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송 연구위원은 향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고언을 쏟아냈다.
향후 주택시장 변화추세에 발맞춰 정부가 전세와 월세 대책을 확연히 구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보다 월세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지난 30년 동안 정부는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세를 월세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고 혜택을 줬다"며 "전세가 잠재적 투기자들의 도피처로 악용되는 측면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부동산 정책을 추진시 월세를 더 보호하면서 전세 관련 혜택은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