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서류조작 해 수백만원씩 나눠 대출
대출승인 쉬운 캐피털·저축은행 등 감시 '소홀'
지적장애인을 납치해 명의를 도용하고,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악성대출사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불법사금융 척결대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러한 불법대출이 의심 없이 이뤄지는 소홀한 시스템 관리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불법대출 단속해도 사기수법 악랄해져 = 29일 금융 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을 납치한 뒤 가짜서류를 만들고 저축은행, 대부업체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은 사고가 최근 경찰에 신고 됐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지적장애인 명의와 폐업한 회사의 이름을 도용해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비교적 대출요건이 덜 까다로운 비(非)은행권에서 돈을 빌리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차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법정이자를 넘는 연 40%대의 사채를 빌리는 등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신터'(전화 1332번)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실종수사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에 장애인 납치와 관련된 신고가 몇 건 있었지만, 불법대출 연루 여부는 더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며 "이러한 수법이 알려지면서 불법대출을 받기 위해 납치를 가장한 사기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애인 납치와 관련한 불법대출 신고는 아직 없었지만, 이를 알아본 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범죄에 노출 = 불법대출의 대대적인 단속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금융회사의 허술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명의자 본인이 금융회사에 직접 방문해야 하며,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도 공인인증서 등의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서류를 조작한 경우에는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피해를 입은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인 상황.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서류의 하자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책임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대출여건상 은행권에 비해 캐피털이나 저축은행은 이러한 범죄에 악용되기 쉬워보인다"고 말했다.
납치된 피해자의 가족 등이 대출금을 갚게 되면 대출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경찰이나 금감원에 우선 신고한 뒤, 법률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
민사법에 따르면 정신 장애로 재산의 관리나 처분을 제한받은 한정치산자는 중요한 금융거래 시 친족이나 배우자 등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금감원은 무료로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피해자의 사후관리 등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