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농협중앙회 허권 노조위원장이 관치농협 철폐를 위한 단식투쟁 7일째에 탈진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긴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농협 노조, 7일째 단식투쟁…파업 '압박'
금융노조, 산별교섭…7월 총파업 명분쌓기
농협이 신경분리 3개월만에 농협중앙회와 농림식품수산부 간에 맺은 경영개선이행 약정서 (MOU) 문제로 갈등을 보이며, 노조와 정부·사측 간에 타협점이 없는 평행선을 걷고 있다.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농협중앙회지부 허권 위원장은 관치농협 철폐를 위한 단식투쟁 7일째에 접어든 이날 오전 9시경 탈진증상을 보이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농협노조의 단식투쟁은 나동훈 NH농협노조위원장 등이 허 위원장을 대신해 이어가고 있다. 또 노조는 7월 중순경 파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부 주도 관치금융의 부당성을 알려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노조는 이번 약정서를 정부에서 농협의 경영·인력·조직 등을 장악하기 위한 사실상의 '노비문서'와 같다고 보고 있다.
앞서 허권 위원장은 "농협의 신경분리시 부족자본금 출연약속도 이행하지 않은 정부가 농협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공적자금을 투입받는 부실금융기관과 맺는 MOU를 강요하는 것은 국민과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실제 농협법 부칙 제3조에는 정부가 신경분리에 따른 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농협노조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노조와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MOU를 체결하지 않고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약속한 뒤 다음날 농협에 공문을 보내 MOU 체결을 압박한 것에 대해 공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달 31일 농협노조가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에서 96.13%라는 압도적인 조합원들의 파업 동의를 이끌어 냈음에도 즉각적인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단식투쟁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협노조의 독자적인 파업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의 단체교섭권은 농협노조지부에 있지 않고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에 있고, 현재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간 산별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파업은 불법이다.
MOU 체결이 경영에 관한 사안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측면에서 이를 파업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도 노조 측이 부담스러워 하는 대목.
이에 금융권에서는 농협노조가 금융노조와 함께 산별교섭을 징검다리로 삼아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권 산별교섭은 지난주까지 4차례 협상이 진행된 상황이며, 이 교섭이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노조가 협상결렬을 이유로 농협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하게 되면 비로소 단독 파업도 가능해지지만 농협중앙회와 정부간 진행되고 있는 MOU 세부 협상이 8월까지로 돼 있기 때문에 다소 촉박하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농협에 교섭권을 위임하게 되면 처음부터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데 중노위 중재 신청을 거쳐 초단기간 파업을 진행한다 해도 7~8월은 훌쩍 넘길 수 있고, 연내 파업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산별교섭 결렬 이후 금융 현안으로 농협의 관치금융 문제를 전면에 내걸 경우 7~8월 총파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은행권 전면 총파업은 지난 2000년 7월 이후 한번도 없었으며, 이번에 이뤄진다면 12년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또 금융노조는 이 과정에서 국회에서 농협 MOU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협노조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거짓 및 사기행각은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독자적인 파업 진행으로 불법의 멍에를 쓰고 싶지는 않다"며 "현재 7월 중순경 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유기적인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