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코스닥 주식에 5000만원을 투자한 A씨. 그는 투자금 전액을 잃고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증권사의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한 해 금감원에 제기되는 금융민원은 수만 건. 하지만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접수된 6260건 중 분쟁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설령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되더라도 금융회사 측 잘못이 인정되고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일은 극소수인데요.
이처럼 금융관련 분쟁에서 일반투자자가 유리한 일은 매우 드물며,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제재하는 금감원조차 도움이 못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금감원의 분쟁조정에서 기각된 뒤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경우에, 금감원은 투자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부당권유나 불완전판매의 증거를 요구받는데, 대부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회사의 잘못이 있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손실의 가능성을 투자자가 어느 정도 미리 인지하고 있었는지, 또는 투자결정에 투자자의 의사가 얼마큼 반영됐는지 등의 상황을 감안해 분쟁조정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금융회사에 유리한 결정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분쟁사건의 조사권(調査權)을 가진 금감원이 중요한 자료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결국은 투자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금융거래 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투자나 금융상품 가입을 결정하게 됩니다. 자본시장과 금융상품이 복잡한 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회사 직원 등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등 일부의 선진국에서는 금융회사의 부당권유나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증거를 투자자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국내의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금융회사의 정보보호라는 명목으로 결정적인 증거가 제공되지 않아 투자자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우선적으로 투자자의 몫입니다. 또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올바른 투자관(觀)을 투자자에 알리는 것도 금융회사의 책임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 구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필요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