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경제 잘 가고 있다" 실언, 집중포화에 발언 수정
실업률 상승, 유럽위기, 메시지 관리 등 '경고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고지를 향한 선거 전략이 순탄치가 않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악재'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잇따르고, 자신의 발언도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자 서둘러 줏어 담는 등 선거 캠페인이 삐걱거리는 조짐이다.
오는 11월6일 대선을 앞두고 9일(현지시간) 150일 남은 시점에 오바마 캠프에 경고음들이 곳곳에서 울리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일 발표된 5월 실업률이 전월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8.2%로 나오면서 초래된 정치적 파장을 막고, 국민들에게 경제회복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해 일자리 창출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정서적으로 `실언'일 수 있는 발언을 내뱉었다.
그는 주(州),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전체 나라 경제의 회복이 더딘 상태라면서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경기부양 예산 확충을 촉구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부양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민간부문과 대비시키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부문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 발언은 최근 회복세를 뚜렷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의 정서에는 와닿지 않는 표현이었다.
공화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발언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조롱했다.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가 그 정도로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고, 경제문제 해결을 시장에서가 아니라 정부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하려 한다는 공화당의 공세에 빌미를 스스로 자초한 셈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듯 이날 오후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후 기자회견때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날 아침에 한 "민간부문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다"는 언급을 서둘러 줏어담고 궤도수정을 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자 해설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실언'을 서둘러 봉합하는 이 해프닝을 소개하면서 "오바마 재선캠프가 지난 일주일동안 어려운 상황을 치른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고, 다소 평정심을 잃은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지난 한주 오바마로서는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쳤다.
실업률 증가는 물론이고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선거 패배, 부시 감세 연장안에 대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이견표출, 롬니 캠프의 대선자금 모금 강세, 롬니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 등이 줄을 이었다.
WP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1년여동안 롬니를 타깃으로 삼고 준비해온 오바마 캠프의 재선 전략과 메시지가 혼돈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게다가 유럽의 경제위기에 `출구'가 분명히 보이지 않은 상황도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결국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처럼 백악관 연단에 섰지만 경제회복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못한 채 지난 가을에 제출했던 일자리 창출법안을 처리해달라고 공화당에 촉구만 했을 따름이라고 WP는 논평했다.
롬니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 회견이 끝난 후 "오바마의 주장은 정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또 다시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라면서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선거 결과의 의미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롬니는 강력한 노조세력의 반대속에서도 작은 정부, 감세, 예산감축을 주장하는 위스콘신 주지사를 재신임한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더 큰 정부에 염증을 내고 있음을 나타내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은 승부가 어떻게 되든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사소한 선거운동의 실책은 판도를 가를 수 있다.
선거운동과 메시지 전달, 연설의 귀재라고 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150일 남겨둔 상황에서 선거 캠페인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갈 것인지도 이번 미 대선의 관전포인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