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에 1차적 관리 책임…감사원도 일부 책임 있어"
감사원의 감사 사각지대로 알려진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 이하 향군)의 회계 부실이 알려지면서, 감사원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언론에 따르면 향군은 이사회 승인도 없이 부실한 기업 네 곳에 각각 160억원, 300억원 등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보증을 서줘 올해에만 790억원의 손실을 봤다.
향군은 지난 2007년부터 투자 실패로 이미 5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고, 2009년과 2010년에도 간부들의 무리한 투자와 금품수수로 재판과 기소가 끊이지 않았다.
향군이 법률상 친목 단체이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으니 감사원이 나서서 이같은 비리와 부정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2009년에는 재향군인회 회원들로 이뤄진 '대한민국 향군지키기 정의개혁 운동 본부'가 430명의 서명을 받아, 지도부의 비리 등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향군에 직접적인 지도감독권이 있는 보훈처로 관련 내용을 이송했다.
언론에서는 향군이 감사원 피감기관이기는 하지만 필수 기관이 아니어서 20년간 한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며 감사원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향군이 필수기관이 아니어서 기관감사를 받지 않은 것은 맞지만, 20년간 여러 차례 다양한 루트로 감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2002년 국가보훈처 재무감사에서 향군의 보조금 정산에 관해 시정을 요구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에만 네 차례 이상의 감사가 진행됐다는 것.
다만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 내역에 한해서 감사가 가능할 뿐, 회비와 수입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까지 감사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 감사원 측의 해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으로 사업을 해서 손실이 났다면 당연히 감사 대상인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하는 사업까지 감사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1조원이 넘는 회계 규모를 가진 단체에 100∼200억원 정도를 지원하면서, 전체 회계를 감사하겠다는 것은 권력 남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자체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관할 기관인 국가보훈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통해 감사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윤태범 소장(방송통신대 교수)은 이번 사태에 대해 "통상적으로 주무부처가 감독권을 갖고 있으니 보훈처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훈처가 직접 모든 회계자료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외부감사에 대한 관리 지침을 주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감사원도 지원금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다양한 부분을 연결해서 볼 수 밖에 없으니, 회계처리가 적정한지에 대한 시그널은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