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오르는 대형가맹점 불만 고조
카드혜택 익숙해진 소비자 반발 예상
지난 4일 정부 및 금융당국이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에 따르면, 중소가맹점에는 낮은 수수료율이, 대기업이나 대형할인점 등에는 반대로 지금보다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지난 1978년 도입된 가맹점의 수수료 체계가 35년 만에 대수술을 받게 된 것은 그동안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큰 데 따른 형평성 논란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이 현실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수수료가 높아지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반발과 카드회사의 수익성 감소로 이용자 혜택이 축소되는데 따라 제기될 수 있는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다.
■ 대형가맹점 수수료 '↑'…소비자 물가에 '빨간불' =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가장 큰 변화는 수수료 적용의 분류기준이 업종별에서 가맹점 규모별로 전환되는 것이다.
평균수수료율은 2.1%에서 1.9%로 낮아지고, 전체가맹점 중 214만개(96%)의 수수료율은 낮아지지만, 연매출이 5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96%에서 2.02%로 높아진다.
국세청에 신고된 연매출이 2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현행 1.8%에서 1.5%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152만개(68%) 영세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될 것으로 추정되며, 소액결제가 빈번한 편의점과 소형슈퍼 등에는 수수료 상한선(2.7%)이 적용된다.
가맹점 간 수수료 차이는 현행 3%포인트(p)에서 1%p로 축소되고, 차별이나 양극화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그동안 대형가맹점들은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해 카드회사에 낮은 수수료를 요구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수수료 경감을 요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카드매출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234개 대형가맹점들은 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000만원이, 위반한 카드회사에는 영업정지 3개월이나 과징금 5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높이면 결국 소비자 물가에 상승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포인트 등 카드혜택 축소 우려 = 앞으로 카드회사들은 마케팅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동안 카드회사들이 무리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카드사용이 남발되면서 카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신용카드가 도입된 당시에는 고(高)비용 결제수단으로서 사용됐지만, 소액결제비중이 증가하면서 이는 결국 중소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카드회사의 마케팅활동을 점검하고,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연히 카드회사들은 각종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가입비 등 사용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주요 카드회사들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카드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는데, 지난해에 비해 70%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기본적으로 외상구매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리한 카드사용이 줄어들면서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