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전자기업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한껏 사랑을 받았던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金星社).
금성사는 특히 전후 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한동안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에 있어서는 한국 최고의 위치를 차지했고 1995년에는 8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LG전자의 화려했던 역사가 빛바래고 있다. 예전과 같이 내로라는 제품도 없을 뿐 아니라 돈벌이도 신통치 못하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연속 합산해 9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재무구조에 빨간 불이 켜졌다.
LG전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전부문 실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스마트폰의 경쟁력 부족으로 인한 휴대폰 사업부의 적자도 점차 쌓여져 가고 있다.
<조세일보>는 LG전자가 과거의 영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집중 탐사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국내 한 케이블TV가 유명한 미국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방영하는데 나오는 스타크 가문의 가훈(家訓)이다. 북쪽 지역의 척박한 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식량과 불시에 처들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서는 힘든 시절에 대비해야 한다는 가문의 모토가 담겨져 있다.
LG전자에도 점차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한 때 국내 최고였다는 과거의 영예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국가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면 자칫 국민들이 배를 곯을 수 있듯이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적자에 직면해 있다. 공교롭게도 LG전자의 상황이 ‘왕좌의 게임’ 드라마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스타크 가문의 가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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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78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금성사의 2조식 자동세탁기(왼쪽)와 최신형 LG전자 드럼세탁기 |
LG전자가 당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 LG전자는 지난 2008년 시장에 27조6385억원 상당을 내다 팔았다. 이어 2009년에는 30조51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0년 29조2385억원, 2011년 28조971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2009년을 고점으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별도회계 기준)
이 같은 추세는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올 1분기 매출액은 6조23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9327억원에 비해 1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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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 금융감독원 |
매출액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분석가들은 매출액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을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의 매출액증가율은 2008년 17.6%, 2009년 10.4%, 2010년 –4.1%, 2011년 –3.9%, 2012년 1분기 –10.0%를 나타냈다.
■ 1천원어치 팔아 18원 남기는 영업이익률
LG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조2369억원이다. 매출액에서 인건비, 판매관리비, 광고비, 연구개발비 등 제품생산과 영업에 필요한 관련 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112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이 물건을 팔아 얼마를 남겼는가를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기업의 수익성을 놓고 주식을 살 것인가 팔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로 꼽는다.
LG전자의 올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8%로 나타났다. 즉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18원의 이익이 남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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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 금융감독원, 대신증권 |
LG전자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국내 기업의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8%, 중소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44%로 각각 나타났다. LG전자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국내 기업의 평균치의 1/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LG전자가 피크를 달리던 2009년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2%에 달한다. 이 당시에는 삼성전자 7.0%, 현대자동차 7.0%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1분기에 들어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LG전자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8%에 머문데 비해 삼성전자는 12.8%, 현대자동차는 12.1%에 달해 LG전자와 6~7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수익성 악화=재무구조 취약', 부채비율은 삼성전자 4배 수준
LG전자의 수익성 악화는 점차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315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2011년에는 2779억원, 2010년 6358억원의 적자가 남긴 상흔을 치유하긴 역부족이다.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흑자 기조가 확실하게 정착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올 1분기 흑자를 기록했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증권의 김운호 애널리스트는 "MC(휴대폰)사업부는 올해 2분기 신규 모델의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예상보다 영업적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LG전자의 부채비율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부채총계는 13조5728억원, 자본총계는 10조7624억원으로 되어 있는데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부채비율은 126.11%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 부채비율 30.63%, 현대자동차 부채비율 55.78에 비해 2~4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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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 금융감독원, 대신증권 |
LG전자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유상증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LG전자 유상증자는 주주배정에서 총 모집주식 1900만주 가운데 1857만7246주가 청약돼 97.77%의 청약률을 보였다. 신주 발행가는 당시 주가보다 40%가량 할인된 5만1600원 이었고 유상증자는 LG전자에 9585억원의 현금을 안겨줬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유상증자에 이어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LG전자측의 회사채 발행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 회사채 발행을 점치고 있는 것도 LG전자의 재무구조와 전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측은 수익구조가 악화되어 가는 재무구조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시네마 3D 스마트 TV의 출시를 확대해 '3D=LG'라는 이미지를 확대하고 LTE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수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LG전자의 주주들은 지난해 유상증자에서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몰아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당시 LG전자 기준가는 6만4500원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6개월여 지난 7월 10일의 주가는 6만800원으로 기준가에 못미치는 선에 머물고 있다.
LG전자가 분기별 사업전망 등을 통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현실을 주가가 보여주고 있다.
[약력] 김대성 전문위원은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미국 선물거래사(AP)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펀드매니저로 일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