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공정사회'라는 말은 화두로 통했다.
기업들의 불공정한 행위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동반성장'이라는 단어는 기업경영의 윤리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MB정부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유독 은행업으로만 오면 힘을 잃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가뱅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정권말 무리한 매각 추진은 '공정'한 은행업과는 동떨어진 '독과점'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이 아니라 덩치를 키운 '독과점'이 '메가뱅크'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최근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른 KB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만약 2개 금융지주회사가 합병한다면 총자산이 무려 770조원에 이르며, 국내예수금, 총부재 기준 등 어떤 기준으로 따져도 80%가 넘어선다.
또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하면 자산규모, 원화예수금, 원화대출금, 총부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서게 된다.
더구나 2011년말 기준으로 한국의 명목GDP는 1237조원. 합병은행의 자산규모가 546조원으로 GDP대비 44.2%에 육박하게 된다는게 금융노조 측의 계산이다.
한마디로 합병으로 탄생한 메가뱅크 한 곳에 국가의 운명을 걸어야 할 순간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독과점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
최근 들어 금리구조나 각종 수수료 등에 있어 금융소비자와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것도 독과점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때늦은 메가뱅크 논란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은행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4년 예금보호대상 예금의 10% 이상을 점유하는 경우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합병을 금지하는 '리글-닐 주간은행업무 효율화 법안'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시장점유율 기준을 예금에서 부채로 확대함으로써 금융회사의 대형화에도 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 또한 궁상, 젠서, 증궈, 눙예은행 등 4대 은행의 독과점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구조개혁에 나서는 분위기여서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