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세무조사 강도, 경기변동 따라 유동적"
"훈령 형식 세무조사절차 규정 법령화 필요하다"
국세청 세무조사 강도가 국내 경기 흐름에 따라 일관성 없이 임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상황이 좋아 세수확보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때는 세무조사 강도를 낮추고, 반대로 경기상황이 안 좋을 때는 세무조사 강도를 높이는 등 세무행정에 재량권이 과다해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심혜정 분석관은 23일 발표한 '세무조사 운영실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발전에 따라 납세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 대상자 수는 몇 십년간 정체돼 세무조사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8% 였던 법인세 세무조사 비율(조사법인수/신고법인수)이 2010년 1%대로 급감했고, 소득세 세무조사 비율 또한 같은 기간 3%에서 1%로 하락했다.
단기적으로도 세무조사 비율은 등락 폭이 큰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등 경기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1998년에는 세무조사 건수가 높은 수준으로 보이다가 2000년에는 하락했고, 2004~2005년에도 세무조사 건수가 상승하다가 2006~2008년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세무조사 비율의 변동성이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전 세목에서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비율 변동은 곧 추징실적 변경으로 이어졌다. 과세당국이 세무조사 비율을 높일수록 당연히 세금 추징실적도 함께 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대비 추징세액 비율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4~5% 수준에 머물다가 외환위기를 전후로 급등해 1998년 17.9%, 1999년 23.1%를 기록했고, 이후 10%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또한 부가세 추징세액 비율도 1980년대까지 8% 내외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1990대 이후 10%대로 상승했고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에는 24.6%까지 급등했다가 2000년에는 7%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그 이후 차츰 증가해 2004년에는 18.6%를 기록하는 등 비율이 널뛰기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특히 세무조사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세무조사 건수와 추징금액을 토대로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설명변수에 세수여건을 나타내는 세수진도비 지표를 추가한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이 결과, 법인세 및 부가세의 세무조사 강도는 모두 세수진도비와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쉽게 말해 경기침체로 세수상황이 안 좋으면 세무조사 비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경기 상황이 좋아서 세수확보 여력이 좋아지면 세무조사 비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세무조사 운용상의 재량이 증가하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훼손시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세수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경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세당국의 징세노력 감소는 조세수입 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매년 국세수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에 비춰 징세행정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고서는 세무조사가 세입여건과 관계없이 법에서 정한 원칙대로 일관성 있게 운용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현재 국세청 훈령으로 정해진 세무조사 절차규정을 법령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세무조사 선정과정 및 결과 공개는 국세청 보도자료를 통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내용도 개략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낮은 세무조사 공개수준은 세무조사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세무조사 정보에 대한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