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베이비부머 세대, 창업보다 재취업 유도해야"
최근 국내에서 창업한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개업 뒤 3년 이내 문을 닫는 등 사실상 자영업종이 심각한 '고사(枯死)'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에 따른 자영업자의 양적 과다현상을 비롯해, 창업경험 부재에 따른 준비 미흡, 자영업자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취약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29일 발표한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는 제하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국내 자영업계의 10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개념은 단독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고용주)와 무급가족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사실상 소규모 가족경영 법인을 의미한다.
국내 자영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추세를 보이다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올해 5월 720만명으로 지난 3년 내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보고서는 먼저 자영업자의 양적인 과다현상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8.8%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터키(39.1%), 그리스(35.5%), 멕시코(34.3%)에 이어 4번째이고, 회원국 평균(15.9%)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은 곧 국가경제의 비효율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미국 등 1인당 GDP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낮은 자영업자 비율을 나타낸 반면, 1인당 GDP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인 '多진입, 多퇴출' 부분도 거론됐다.
현재 한해 평균 60만개의 사업자가 새롭게 생기는 반면, 58만개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 활력에 기여하는 제조업종의 경우 진입업체보다 퇴출업체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경력 부재로 인한 짧은 준비기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60.4%가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이며, 1년 이상 준비하는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특히 월평균 150만원 이하 생계형 자영업자의 창업준비기간은 상대적으로 더 짧았다.
보고서는 "사업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31.2%가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을 통한 성공 노하우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사이에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중소기업청 등 관련기간 설문조사 결과 자영업자 중 41.2%가 주된 경쟁상대를 '주변의 다른 자영업자'로 인식하고 있었고, 특히 부동산입대업, 숙박·임대업종은 이 비율이 각각 57.7%, 48.3%로 나타났다.
자영업자가 과다경쟁 현실은 실제 창업 분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례로 서울시는 1㎢당 미용실, 학원, 치킨점, 제과점 등 생활 밀접형 자영업체가 평균 5개 이상 분포한 상태이며, 그 숫자가 최근 높은 속도도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주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50대가 20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07년 25%로 40대보다 낮았던 50대 자영업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 30%로 40대 비율(28.5%)를 넘어섰다.
퇴직 이후 창업자들은 주로 음식점이나 호프집 등 별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생활밀접형 창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국세청 등에 따르면 창업자 100명 가운데 35명은 생활밀접형으로 음식점, 의류점, 부동산, 미용실, PC방 등이 주를 이뤘다.
어려운 경제여건에 따라 자영업도 점차 영세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금 5000만원 이하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5000만원 이상 투입하는 자영업자는 감소추세에 있다.
특히 사업자 등록이 없는 노점 및 트럭 자영업자는 지난 2010~2011년 사이 각각 10.5%,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별도의 사업장 없이 화물차 등 운송수단 등을 이용해서 영업 중인 영세 자영업자는 전국적으로 22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자영업종의 수익성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건설업종 등을 제외한 자영업자들의 월소득은 150만원 이하로 월세와 관리비 부담 가중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 수준도 심각한 수준.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 가계부채 수준은 평균 9000만원으로 상용임금근로자(5000만원), 임시일용임금근로자(3000만원)보다 월등하게 높다. 가계부채 대부분이 창업비용 투자손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영 악조건 등은 자영업자들의 짧은 폐업기간으로 입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사업체의 평균 생존율은 창업 후 1년 72.6%, 2년 56.5%, 2년 46.4%로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창업 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보고서는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영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건전한 자영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자영업 위기가 자영업자간의 과다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무분별한 창업지원 정책에 앞서 재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창업 관련 정보 전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기존 자영업자들의 고용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영업자가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사회보장분담금을 면제하고 임금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고령자, 영세자영업자에게는 월세보조, 창업자금 마련 및 저금리융자 등의 정책이 필요하고 베이비부머는 우선 은퇴 뒤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재취업을 유도하되, 창업을 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