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에 관한 상증세법 규정의 변천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에 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은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재산을 취득한 때에 당해 재산의 취득자가 다른 자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종래 대법원은 위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재산의 취득자가 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기 위하여는 '수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 외에도 '증여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누14308 판결,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두10732 판결).
그런데,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개정 후 상증세법'이라 한다)은 ① 제2조 제3항에서 이른바 완전포괄주의 증여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② 제45조 제1항에서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재산을 취득한 때에 당해 재산의 취득자금을 그 재산의 취득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를 그 재산취득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른 자로부터'라는 문구를 삭제하였다.
위 개정 후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면, 종전과 달리 과세관청으로서는 증여추정을 위하여 '수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만을 증명하면 족하고, '증여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2. 대법원의 판단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2010. 7. 22. 선고 2008두20598 판결에서, 개정 후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관하여서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과세관청은 '재산취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 외에 '재산취득자의 직계존속 등에게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① 개정 후 법이 채택한 완전포괄주의 과세방식이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 규정에 관한 증명책임의 범위와는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개정 후 법 제2조 제1항이 개정 전 법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증여'를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개정 후 법 제4조 제4항 단서도 연대납세의무와 관련하여 증여추정의 경우에도 증여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3. 검토
실무상 재산을 취득한 납세의무자가 취득자금의 증여추정에 기하여 증여세를 부과받았는데 자신의 취득자금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과세관청도 납세의무자에게 취득자금을 증여할 재력이 있는 직계존비속 등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와 같이 '재산취득자가 재산을 취득할 자력이 없다는 점'은 증명되었으나, '재산취득자의 직계존속 등에게 취득자금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은 증명되지 않은 경우 중 대부분은, ① 재산취득자가 사업소득 또는 부동산양도소득 등이 있음에도 이를 소득세 신고에서 누락하고 그 소득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이거나, ② 재산취득자의 직계존속 등이 타인 명의로 영위하는 사업의 소득 또는 신탁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자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재산 취득자에게 증여하였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그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위 ①의 경우에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을 인정하는 것은, 납세의무자가 자신의 소득을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증여세의 명목으로 사실상 소득세를 징수하거나 세법상의 제재를 과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증여받은 사실이 없는 납세자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증여세를 본래의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이 종래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여,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재산취득자의 직계존속 등에게 취득자금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도록 한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위 ①의 경우에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을 인정하더라도, 납세의무자로서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소득탈루 사실을 자진신고함으로써 증여추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증여추정의 인정은 납세의무자의 성실신고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또한 위 ②의 경우에 과세관청이 증여의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증세법을 개정하여 과세관청이 '재산취득자의 직계존속 등에게 취득자금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법 개정을 하게 될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과도한 반대사실 증명의 부담을 짊어지지 않고 증명책임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송동진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