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기업이 소나 쌀, 기계 등을 은행에 맡기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은행들은 이러한 동산(動産)담보대출 신상품을 출시한다. 대출 금리는 신용대출과 비교해 평균 0.8%p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은 토지나 공장 등 부동산 담보를 위주로 이뤄져,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곳은 비싼 이자에 신용대출을 받아야했다.
1980년대 미국은 동산대출을 시작해, 현재 기업대출 전체의 40%가 이러한 동산대출로 이뤄져있다.
올해 5월까지 국내은행이 승인한 동산대출은 759억원으로, 기업대출 전체(609조원)에서 0.01%에 불과하다.
이처럼 동산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담보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담보의 손상에 따른 대출회수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금감원은 대출부실이 발생한 경우에 은행원의 면책제도를 강화한다.
외부와 협력해 감정평가 전문기관을 육성하고, 중고기계 거래시장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편, 시행초기에는 대출의 부실수준을 예측하는 것이 곤란한 만큼, 대출범위가 보수적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대출이 허용되는 중소기업과 비교해 신용등급이 평균 1등급(10등급 분류기준) 정도 높아야 대출이 된다.
또한 감정평가가 비교적 용이한 기계, 철근, 원자재, 농산물 등에 한정해 대출이 된다.
단, 앞으로 금감원은 은행권의 동산대출 동향을 매달 점검하고, 향후 인프라가 확충되면 대출범위를 차츰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리·한국SC·하나·외환·신한·한국씨티·KB국민·대구·부산·제주·전북·경남·KDB산업·기업은행은 재고자산이나 유형 자산(전기, 통신, 냉난방 시설 등), 매출채권(약속어음, 당좌수표, 외상매출금)을 담보로 한 상품을 출시하며, NH농협은행, 수협중앙회, 광주은행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농·수·축산물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안에 은행권은 2000억원 이상의 대출을 목표로 세웠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은행권 상황을 살펴본 뒤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각 은행들은 본점 안에 전용상담센터를 설치하고, 대출절차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에 직접 문의나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향후 담보의 관리비 등이 감소하면 금리가 더 인하될 수 있다"며 "동산대출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개선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