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이 대세?…이벤트 정치, 언제까지 먹힐까

키스하려다 얻어맞고, 큰 얼굴 때문에 마스크팩 사이로 얼굴이 삐져나오는 '굴욕'까지…

예능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정치권에 휘몰아치고 있다.

런던 올림픽과 새누리당의 경선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식어버린 이때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으로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파격적인 동영상을 들고 나온 사람은 바로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그동안 교수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당 대표 시절, 진중하고 근엄했던 모습으로 대변됐던 손 고문은 이번 홍보 동영상에서 '확' 망가졌다.

일방적인 '강의식'의 기자회견과 모두발언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는 정치인으로 꼽혔던 손 고문이 자신의 약점을 개그로 승화시킨 것이다.

"방학이 짧아졌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공부를 더 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받아친 손 고문. 이에 분위기가 싸늘해진 학생들의 표정을 잡아내면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역시 굴욕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두관 대두(大頭)편'을 들고 나와 자신의 큰 얼굴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다. 

탤런트 이나영과 가수 닉쿤의 얼굴을 덮은 마스크팩을 김 전 지사가 하자 눈·코·입만 겨우 가려졌다. '셀카' 실험편에서는 셀카의 올바른 예를 보여주면서 카메라 화면에 다 차지 않는 김 전 지사의 얼굴을 대비시켰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명동스타일'을 선보이며 명동 한복판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예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을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선주자들의 굴욕 홍보 마케팅은 지지율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예능에서의 홍보로 지지율 재미를 톡톡히 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보면서 대선주자들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정치인'의 출연은 없다던 방송사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이 홍보 동영상이라는 타개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홍보가 과연 효과가 있을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 혹은 이벤트 정치'로만 가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멀게만 느껴지는 정치인이 사실은 나와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해줘야 경선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벤트 정치'로 인해 '정책 대결'이 실종된다는 우려다. 한 예로 이미지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세균 상임고문 같은 경우에는 대세론과 이벤트 정치에 묻혀 정책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정치인이 나와 비슷하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런 홍보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들은 나라를 이끌 리더에 대해 나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지속된다면 본선까지 가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했지 망가지진 않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