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득이 증가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부동산을 소유한 은퇴자들을 위주로 은행대출 한도가 풀린다.
17일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것은 가계 빚을 막기 전에 부동산 침체를 해결하는 일이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된 탓으로 해석된다.
◆미래소득·부동산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대폭' 완화 = 앞으로 DTI는 은행권에 한해 일부 계층에만 제한적으로 완화된다.
우선 젊은 층의 경우 예상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대출한도가 대폭 늘어난다.
예를 들어 35세의 월 급여 300만원 근로자와 25세의 월 급여 200만원 근로자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많이 돈을 빌릴 수 있다.
만기 20년 주택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증가율은 35세 근로자가 31.8%, 25세 근로자가 52.1%인데, 따라서 10년 뒤 DTI는 각각 43.7%와 41.4%로 집계된다.
이때 대출한도는 35세 근로자의 경우 현행 2억24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15.9% 늘어나는 반면, 25세 근로자의 경우 1억5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26.1%가 늘어나는 것.
장래예상소득은 직전 연도의 소득과 연령대별 소득증가율을 감안해 추산하는데, 차주의 신용도 및 상환능력을 감안해 은행이 직접 대출한도를 정할 수 있다.
또 소득은 없지만 부동산이 있거나 금융소득이 많아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주택, 토지, 건축물 등은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이나 전문기관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소득이 인정된다. 만일 시가표준액 10억원짜리 부동산이 있으면 2922만원의 소득이 인정돼 1억13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금·적금 담보대출을 제외한 금융소득도 DTI 완화에 적용된다.
이밖에도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거나 역모기지(65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대출한도가 더 늘어난다.
현행 DTI 50~60%로 제한된 6억원 이상의 주택은 서울에 65%, 경기·인천 75%까지 규제한도가 상향조정되고, 역모기지에는 DTI가 아예 폐지된다.
◆"대출수혜 규모는 글쎄…", 주택거래 활성화 효과 있을까? = 그동안 주택대출은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줄어드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전체 대출기간 동안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균등하게 나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사용금액 중 신고소득에 합산되는 인정한도도 기존의 연소득 4100만원에서 51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소득증빙의 회피수단으로 지적돼온 최저생계비 합산기준은 폐지된다. 최저생계비는 대출상환의 용도로 쓰일 수 없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이번 DTI 완화로 대출한도는 전체적으로 늘어나게 됐지만, 가계부채 증가부담을 최소화한 수준에서 제도를 보완했다고 볼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실제로 대출수혜를 입게 되는 규모를 계량화 해 추측할 수는 없지만, 이번 제도 개선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계층에만 DTI를 완화한 것은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한 탓"이라며 "향후 시장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