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YSㆍ이희호 여사 예방 덕담 들어…연일 '대통합'행보
김대중 자필휘호 보며 "어렵네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며 연일 파격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선후보로서 첫 일정으로 전날(2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 봉화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만난데 이어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차례로 예방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최근까지 박 후보에 대해 같은 당임에도 부정적 평가를 해왔다는 점에서 박 후보의 상도동 자택 예방은 관심을 끌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 당시 지난달 11일 김문수 경기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박 후보는)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라며 "18년 독재자의 딸이 또 대통령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 안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예방에서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애국심이라는 말을 안 쓰는데 그게 참 안타깝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애국심이다. 그게 바탕이 돼야 모든 것을 사심 없이 할 수 있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또한 박 후보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에 대해 "미리 축하드린다"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은 "내 사무실도 그쪽으로 옮기고 출근도 그쪽으로 할 것"이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이런 사람들 오면 거기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박 후보는 "전직 대통령 업적도 기념하고 중요한 자료도 잘 보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참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자료들도 보관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산을 넘으셔야 할 텐데 하여튼 잘 하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비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휘호 '무신불립(無信不立)'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이상일 대변인은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무신불립'에 대해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뜻인데 논어에 나온다"고 설명하자, 박 후보는 "만고의 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앞으로 열심히 해서 통합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그러세요. 나도 관심이 많다. 열심히 하시라"고 격려했다.
박 후보와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2008년 10월1일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 타계 당시 박 후보가 조문을 가 만난 이후 근 4년 만이다.
이후 오후에는 서울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 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박 후보는 이 여사에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고맙다. 제가 인사를 오면서 바로 이 방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2004년) 대통령님 뵙던 생각이 많이 났다"며 "당시 아버지 시절에 많이 피해보시고 또 고생하신 것에 대해서 딸로서 사과드린다는 말씀 드렸고, 대통령님께서도 화답을 해주셨다. 그 말씀을 마음에 잘 간직하고 있다. 아버지 기념관 건립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드렸던 생각이 많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국민이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나라, 국민 통합을 이루는 나라를 만들려는 꿈이 있다"며 "생전에 김 전 대통령께서도 제게 통합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으셨다. 노력을 많이 할테니 여사님께서도 많이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에 이 여사는 "저도 (육영수)여사님 만나 뵌 기억이 난다. 국회의원 부인들 점심을 주셨는데, 청와대에서 정말 친절하게 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 했는지 모른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여성으로서 만약 당선 되시면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 향상이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으니 그런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꼭 그렇게 하겠다"며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양립해서 잘 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고 생각한다. 노력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이 여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고, 박 후보는 대결국면에서 이제는 대화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면담에서 이 여사는 "대통령이 되신다면 여성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고 위상이 높아질 거고 그런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자, 박 후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후보는 김대중 도서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친필 휘호전을 둘러보았고,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썼던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글씨를 보면서 "어렵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와 이 여사의 만남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병색이 위독할 당시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병문안 가 만난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