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사업체조사'는 통계청 직원들에게 '악명' 높은 3D 업무였다.
전국 방방 곡곡에 위치한 사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사업자등록번호를 확인하고, 근무하는 종업원 수는 물론 각종 사업체별 정보를 수집해야하는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국사업체조사로 고생하는 통계청 직원들의 '발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 클릭만 몇 번하면 전국 모든 사업체들의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통계의 달인(達人) 덕분이다.
특히 그 주인공은 통계업무에 잔뼈가 굵은 통계청 직원이 아닌, 기획재정부 세제실 소속 이인기 조세법령개혁팀장(사진)이다.
이 팀장은 지난 2009년 9월 통계청 모집단관리팀장으로 발령 받아 2011년 2월까지 통계청에 파견근무를 다녀왔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세제실에서 보냈던 그가 통계업무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고 한다.
통계조사를 지원하는 모집단관리팀장으로 일하던 그에게 가장 먼저 닥친 고난(?)은 역시나 '전국사업체조사'였다. 수많은 사업체들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26년 가까이 세제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이 팀장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국세청에서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등록 정보를 통계청에서 활용할 경우 전국사업체조사를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각종 국세 정보를 국가통계 자료로 사용할 수 있어, 법률·행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팀장의 아이디어로 전국사업체 조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일일이 사업체를 조사할 필요 없이, 국세청 사업자등록 정보로 손쉽게 조사를 마치게 됐다.
이 팀장은 지난 2월 재정부로 복귀했지만, 통계청 직원들은 아직도 상당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은 오는 31일 '제18회 통계의 날'을 맞아 통계발전유공자 명단에 이 팀장의 이름 석자를 올려 대통령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통계청이 밝힌 이 팀장의 공적은 국세정보를 통계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통계작성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계정보 인프라를 확대한 공로다.
이 팀장은 "공직생활 30년 동안 처음 받는 대통령 표창"이라며 "이미 떠나온 통계청에서 상을 준다니 더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