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성 리볼빙 회원 75~80%에 초고금리 물려
외국계 은행들이 빚더미 고객에게 신용카드 리볼빙으로 고금리 현금장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은행이 연 26%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한 리볼빙 고객 비율은 전업 카드사보다 훨씬 높은 75~80%에 달해 서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카드업을 같이하는 외국계 은행은 7월 말 현재 대출성 리볼빙을 이용한 회원 10명 중 7~8명에게 26~30% 미만의 초고금리를 적용했다.
이런 고금리 부담 회원은 SC은행의 경우 리볼빙 이용자의 80.29%, 씨티은행은 75.04%였다. 리볼빙 사업에서 사실상 대부업체에 버금가는 `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반해 카드업만 하는 전업 카드사의 고금리 비중은 이들 외국계 은행보다 훨씬 낮았고 절반에 못미치는 곳도 있었다.
대출성 리볼빙 금리가 26~30% 미만인 회원의 비중은 삼성카드[029780] 57.24%, KB국민카드 50.3%, 현대카드 41.42%, 롯데카드 30.67%였다.
평균 이자율을 뜻하는 대출성 리볼빙 수입비율도 지난 2분기에 SC은행이 26.38%, 씨티은행이 22.9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업 카드사들이 리볼빙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 `뭇매'를 맞는 동안 외국계 은행은 리볼빙 장사로 고수익을 올린 셈이다.
최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리볼빙 문제의 개선을 촉구했을 때도 신한카드 등 전업카드사 사장만 참석하고 외국계 은행은 빠졌다.
리볼빙이란 고객이 사용한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자동 연장되는 결제 방식이다.
리볼빙은 채무상환 능력이 나빠지면 일시불이나 현금서비스 등 결제대금을 연기하는 데 사용해 경기 불황 시 카드 결제 대금이 일시에 부실화할 위험성이 높다.
전업카드사는 비교적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오기에 리볼빙 금리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예금 등 수신 기반을 토대로 저금리 자금 조달이 가능한 외국계 은행이 많은 고객에게 높은 리볼빙 금리를 매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리볼빙 규제를 받는 사이 외국계 은행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저신용자 위주로 고금리 리볼빙 사업을 하고 있어 카드업계에서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서민금융을 지향한다던 NH농협은행도 리볼빙으로 고금리 장사를 했다.
NH농협은행의 지난 7월 대출성 리볼빙 이용객의 47.19%가 고금리인 26~28% 미만을 썼다. 지난 2분기 대출성 리볼빙의 수입비율도 25.27%로 꽤 높았다.
전업 카드사들은 리볼빙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내달 중으로 1% 포인트 이상 인하할 방침이다.
그러나 카드업을 같이하는 외국계 은행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