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와 기업투자의 연관성 찾기 어려워
소득에 따른 적절한 세부담을 뜻하는 이른바 '응능과세(應能課稅)'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현행 소득세 및 법인세 과세표준을 좀 더 세분화 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과표체계가 단순할수록 조세원칙에 부합된다는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그동안 정부의 정책방향성과 달리 기업 투자와 법인세율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좀 더 연구가 필요하고, 기업의 투자 촉진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법인세를 감면하는 일도 지양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충진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난 1일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조세연구포럼 추계학술대회에서 '응능과세원칙과 한국의 조세제도'라는 제하의 토론문을 통해 이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심 교수는 먼저 현행 5단계인 소득세 과표를 미국처럼 6단계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지난 연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3억원 이상 최고구간 과표가 신설돼 과표가 4단계에서 5단계로 확대됐다.
이 부분에 대해 심 교수는 체계적으로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득구간이 기존 1200~8800만원까지 점증적으로 증가하다가 갑자기 3억원으로 치솟은 점과 함께 세율문제에 있어서도 기존 6%, 15%, 24%, 35%로 구간별로 9%씩 차이 났던 것이 최고구간은 3%만 증가시켜 소득역진성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의 해결책의 하나로 최고세율 40% 적용과 최고세율 구간 2억원 하향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 소득성격이 다름에도 동일한 누진세율구조를 적용받는 것도 응능과세원칙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종합소득세율 기준을 부동산 양도소득세율보다는 낮추되, 주식 관련 양도소득 세율 및 퇴직소득세율보다는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현행 4000만원인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을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용(올해 기준 1794만6600원) 수준까지 점차 낮춰야 과세원칙에 부합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현행 법인세율 체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도 거론됐다. 응능과세 원칙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과표구간을 미국식(8단계)으로 좀 더 세분화 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심 교수의 지적이다.
심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미국과 같이 법인세율 체계를 좀 더 세분화하고, 최고세율도 최소 30%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세율을 너무 낮출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38%)과의 차이로 대주주는 법인에 이익을 유보시켜 세 부담을 낮춘 뒤에 실제적인 재산권을 행사할 문제점이 있다는 것.
예컨대 법인단계에서 1000원의 소득이 발생될 경우 평균 법인세 부담률(15%)을 고려하면 850원이 단순 배당이익이 되므로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총 조세부담율은 15%에 그치지만 개인사업자라면 평균 19.8%의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형태보다 오히려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심 교수는 특히 법인세율과 투자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특별히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학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 주장을 '정설(定說)'로 받아들여 무조건 세금을 깎아 주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비용이론(Theory of Capital Cost, Jorgenson(1963))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투자가 늘어나는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이 이론은 이론적 정교성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이론이며, 그 외 관련 연구결과들도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한 설문연구조사를 봐도 투자결정에 조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 나타났다"며 법인세 인상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다만 심 교수는 "기업 투자에 영향이 적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마구 올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며, 국가재정 유지를 위한 비용을 계층 간 응능과세 원칙에 입각해 적절하게 나누자는 것"이라며 과도한 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심 교수는 응능과세 실현을 위해 고가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재산과세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현행 부가세 면세·영세율 제도 및 개별소비세 제도 또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기초 의식주(衣食住) 품목에 대한 면세제도는 확대하되, 의료·교육 등 기존 부가세 전면면세 분야는 점차 경감세율 쪽으로 바꿔 적정하게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며, 사치성 고가 수입재화에 대해선 개별소비세를 강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심 교수는 응능과세 원칙을 위해 자본소득에 대한 저율과세 기조를 바꿔서 적정한 세 부담을 지도록 세제를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