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문화되다시피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세원파악을 정확히 하고, 투기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부동산 거래 후 실거래 신고는 의무화돼 있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는 현 상황에선 투기이익을 환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실거래 신고가 강화되고, 오는 2005년 전국 248곳에서 개별 주택이나 땅에 대해 실거래가 자료구축이 완료되면 부동산 거래단계에서 세금 탈루가 원천 봉쇄된다.
◇만연한 `이중 계약서'〓부동산 거래 후 부동산 구입자는 계약서를 구(군)청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 계약서상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취득 등록세가 부과된다. 대부분 거래자들로부터 위임받은 중개사 또는 법무사들은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일부 지역에선 시세의 절반 금액도 안되는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이렇게 해서 실제 거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계약서와 다른 `이중계약서`가 생겨난다.
구청은 검인을 받은 계약서상 금액이 실거래 가격인지 확인을 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강남구청 세무과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며 일일히 확인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행자부 시가표준액보다 낮게 신고된 경우에만 시가표준액 수준에서 취촵등록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이런 불법을 조장해왔다. 실거래 가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당사자에겐 나머지 세금에 20%의 가산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를 대행한 법무사나 중개업소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금도 중개업법상 계약서에는 실제 거래가격을 쓰도록 돼 있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다.
◇그래도 `구멍`〓현행 법과 비교해 내년 하반기 달라지는 것은 중개업자로 하여금 계약서를 구청에 한번 더 신고토록 한 것뿐이다. 즉, 개인 또는 위임자(법무사, 중개업자 등)가 제출한 계약서(검인계약서)와 중개업자가 제출한 계약서를 비교해 실거래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
그러나 개인이 중개업소에 위탁하지 않고 실거래가보다 낮게 적은 계약서를 직접 신고하는 때 ▲중개업자가 개인에게서 위탁받아 계약서를 제출할 때 또는 ▲개인에게서 위탁받은 법무사가 제출한 계약서 금액과 똑같이 중개업자가 신고할 경우 지금과 비교해 바뀌는 것은 없다.
다만, 투기지역내 세무조사와 같이 사후 확인을 거쳐 불법이 드러날 경우 중개업자의 처벌조항(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록취소)이 추가돼 금액을 낮추어 쓰는 행위는 줄어드는 심리적 효과가 기대된다.
◇2005년 '탈세' 완전차단〓신고금액이 실거래가에 근접할 수록 납세자들의 세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노출되는 실거래가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거래자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2005년 전국 248곳의 개별 땅과 주택값이 실제 거래가격을 담은 부동산종합정보망이 구축되면 실거래 가격이 완전 노출돼 이중계약서 등을 통한 탈세가 원천 봉쇄된다. 신고한 금액이 옆집 가격과 비교돼 터무니없는 가격일 경우 계약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확인 절차를 거쳐 세금이 추징되기 때문이다. 신고금액이 실거래 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비교 수치가 새로 마련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시가표준액과 기준시가는 부동산 거래단계 세금 추징을 위해 효력이 완전히 없어진다. 류윤호 건교부 토지국장은 "전국 248곳 가운데 올해말까지 163곳의 실거래가 자료구축을 마치고 내년말까지 완료해 2005년부터는 실거래가 확인이 가능하다"며 "실거래가 노출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은 재정경제부 등에서 세율조정 등을 통해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