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미심쩍다"…사상 초유 검찰 압수수색
정치권 내부문건 '폭로'…내부단속하다 구설수
경제검찰을 자부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4대강 담합사건 처리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검찰로부터 맹공격을 받으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사를 담당했던 부서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청와대 등 윗선과 사전 접촉, 사건처리 시기 및 처벌수위를 조율했다는 의혹도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등 연일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수 위원장이 직접 나서, "문제가 될 경우, 위원장직을 내 놓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내부정보 제공자를 색출하려던 사실이 또 다시 정치권으로부터 입방아에 오르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태다.
◆ 검찰 조사대상 된 '경제검찰'
공정위는 지난 6월 4대강 1차 턴키 공사 담합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 등 8개 건설업체에 대해 총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최종심결과정에서 당초 조사를 담당했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이 심사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과징금 부과금액(1900억원)보다 수위를 낮췄고, 6개 건설사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솜방망이 처벌, 면죄부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검찰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건설산업법 위반혐의를 근거로 담합 사건과 연루된 건설업체들에게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선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사를 담당했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관련 조사 자료를 증거로 회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 '청와대 사전교감' 의혹 제기
검찰 압수수색 이후 사건이 진정국면에 접어들 무렵, 공정위는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에서 공정위 내부문건을 근거로 "사실상 공정위가 조사결과 발표를 고의적으로 미뤘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던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는 지난달 "공정위가 4대강 관련 조사를 마친 이후에도 32개월 동안 조사결과 발표를 미룬 정황이 나타났다"며 관련된 공정위 내부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문건도 작성된 사실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과 의혹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김 의원은 또 "공정위가 건설업체의 과징금을 감면시켜주기 위해 과징금 산정기준을 의도적으로 낮춰 최대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의 70% 이상을 깎아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과징금 감면기준과 부과율까지 공개하면서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김 의원이 공정위 내부문건을 통해 제기한 있는 4대강 담합사건 봐주기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내부 정보유출 색출작업 '구설'
공정위는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또 다시 구설에 오르게 됐다.
김 의원이 제시한 각종 내부문건에 대해 "정보가 유출됐다"는 판단 아래 직원들을 내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10여명의 직원을 동원,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을 밝혀내기 위해 컴퓨터 로그와 통화내역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최근에 공개된 내부 자료가 외부로 반출된 경위를 확인 중"이라며 내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행된 것일 뿐, 장시간 개별조사를 하거나 이메일,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19일 오전 서초구 반포동 공정거래위원회 청사를 직접 방문,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김동수 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감사담당관실에서 자료 존재 여부를 파악하던 중에 다량의 중요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사례가 포착됐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해당 직원에게 PC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지, 특별히 4대강 사건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병두 의원은 "조사자체가 색출작업인데 왜 아니라고 부인하느냐"며 "진위여부가 밝혀질 때까지 내부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내달 23일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일체적인 추가조사를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났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일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더욱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여전히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