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백 제도를)왜 우리라고 고민해보지 않았겠습니까. 문제는 은행도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하우스 푸어'(House Poor) 구제를 위해서 이달 말에 우리은행이 내놓을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and Leaseback, 신탁 후 다시 임대) 제도를 두고 한 시중은행 임원이 한 말이다.
리스백 제도는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처음 시도한 방법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하우스 푸어의 구제책 중 하나다.
대출자가 맡긴 담보를 은행이 매각한 뒤 임차인 자격이 유지되는 것인데, 부동산 경기가 폭락하자 가계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도 이러한 리스백 제도의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우스 푸어의 사회적 문제는 심각하다.
금융 위기가 오기 전, 중산층으로 살던 평범한 직장인들은 빚을 내 집을 산 뒤 이자를 갚지 못해 '빚쟁이'로 전락했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추락하며 주택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 담보를 팔아 이익을 남기고, 대출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은행의 위험(리스크)이 커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담보 가치의 감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추후 분쟁이 발생하면 은행권이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고, 하우스 푸어가 다시 연체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특히, BOA가 담보를 팔아서 다시 임대(세일 앤 리스백)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신탁 후 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가 이뤄져, 즉 대출자의 주택 소유권이 그대로 인정돼 은행 입장에서 위험 요소가 더 커진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차용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시중은행 직원은 "우리은행의 리스백 제도는 BOA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위험성이 있지만 수익을 기대하니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볼 때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중은행 은행장이나 금융 당국 수장들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민병덕 KB국민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백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은행권에서 원리금 상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라며 정부가 리스백 제도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