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들이 부자증세, 환경세, 공평과세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조세정책을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납세여력이 있는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과세하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지구온난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탄소세 등 환경 관련 세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이 20일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개원 20주년 기념세미나에 참석한 조세전문가들은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이 부자증세, 환경세, 공평과세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안종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세정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및 복지수준을 감안할 때 법인세보다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부터 증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연구위원은 "국민부담율이 낮은 미국, 일본 등 비유럽국가들과 비교할 때 소득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고, 사회보장기여금은 높은 편이며, 소비세는 유사한 수준"이라며 "반면 법인세는 북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보다 대체로 높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체 근로자의 40% 정도가 세금을 아예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는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세율구간 조정과 공제체계 개편방식을 통해 과세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수의 고소득자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납부하는 보편적 과세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 증세문제는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열등한 세목이며, 형평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정책수단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세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의 연구보고서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 참석한 조세전문가들도 복지재원 확충 등을 위해 현행 조세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를 전반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반대하며, 납세여력이 있는 부유층의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소득세는 낮고 법인세는 높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가난한 자영업자 등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때문에 조세회피를 잘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소득세 모니터링이 힘들다면 명품백 등 비싼 물품에 과세하는 부유세나 사치세 등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부자들이 돈벌기 좋게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부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도 된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세제로 중장기 조세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목 구분도 소득세, 부가세 등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탄소세 등 환경 관련 세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최근 지구 온난화 문제 등 높아진 국민들의 인식을 감안하면 소득세 등 조세제도를 환경 관련 세제로 이끌어갈 중장기적 도입과제가 발굴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의영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은 "큰 들에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은 공평과세, 탈세척결, 부의 불평등 완화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오늘 논의가 되지 않았지만 중앙과 지방의 세운조정도 중장기 조세정책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