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국민경제의 성장에 대한 언급 없이 단지 '대기업규제강화'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크게 방향성을 잃었다는 주장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해서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며, 될수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아시아금융학회는 26일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정책세미나를 갖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나누기'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해서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며, 될수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와 관련 김 교수는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이 되면서, 중국 이외의 나라는 실업문제가 발생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 만연해졌다"며 "지금 정부와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고기를 잡아 무상으로 줄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당면한 글로벌 고용 딜레마 극복을 위해선 한정된 자원으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그에게 맞는 기술을 가르치고 훈련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교수는 '경제성장과 일자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경제민주화가 성장촉진형 민주화인 경우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는 보완적 관계가 되지만, 경제민주화가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증가인 경우에는 서로 상반된 관계가 된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경제력 집중 억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면 투자를 위축시켜 일자리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에서 U턴해오는 제조업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측면에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물가와 생활비용이 안정돼야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으며, 경제민주화만으로는 일자리를 증가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에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경제성장에 대한 언급 없이 단지 '대기업규제강화'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크게 방향성을 잃었다고 생각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