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은행은 대출거래 약정서에 기재된 기간, 금액, 이름 등을 임의로 고쳤다. 대출 실적을 올리려고 영업점 직원이 고객 동의 없이 계약 내용을 바꿨다.
S은행 지점장은 지급 보증서를 위조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 은행원의 윤리 의식이 결여되고, 은행의 자체 감사가 취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다른 은행들은 차명 계좌로 주식 투자를 한 뒤 고객 예금을 무단 해지해 손실을 막거나, 영업 실적을 올리려고 지인이나 친척 등의 명의를 도용해 예금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은행들의 외형 확대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처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관련된 사건들이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내부 통제 혁신에 나섰다.
금감원은 다음 달에 은행권 '내부 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올해 안에 현장 검사를 통해서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각 은행들은 11월 한 달을 금융 사고의 '자진 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이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 조치를 할 예정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융 사고는 2010년 58건에서 지난해 73건, 올해 6월 기준 42건으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지점장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조직의 목표 달성 정도를 계량하는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에 이를 확대 반영할 계획이다.
또 은행원의 예금 횡령 등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거액이나 반복되는 입출금이 발생하면 이를 추출해내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특히, 금융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고액 현금 거래 및 비정상적인 현금 수송 요청 등을 상시 점검할 방침이다.
한편, 지금 보증서의 진위를 일반인이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적금 담보대출 시 대출자 본인이 전화로 확인을 하거나, 문자메시지 인증도 될 전망이다.
이날 금감원과 국내은행의 준법 감시인 및 감사 등은 워크숍을 열고, 내부 통제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장병용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부국장은 "내부 통제 혁신이 제대로 이행되면 은행의 질적 수준이 제고되고, 불합리한 업무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