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무죄판결한 '경찰의 불심 검문 거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함으로써,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2월 15일 1시 20분경 인천 부평구 예림원 앞 도로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해 불응하고 지나쳐 가는 중 경찰이 쫓아와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1심은 유죄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유죄취지로 인천지법 항소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현재 인천지법은 이 사건(2012노2721)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기호 의원은 23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은 인천지방법원 항소심이 불심검문의 내용과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한계에 대해서는 짚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대법원은 경찰의 불심검문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불심검문을 거부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 허용되고, 어떤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며 "법의 취지와 달리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는 경찰의 불심검문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불심검문을 당하는 사람은 불심검문 과정에서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경찰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다"며 "관련법은 불심검문이 영장이 필요한 구속, 압수, 수색 등 강제처분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몇 년 전 정부가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취지로 법개정을 추진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의견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혀 무산된 적이 있다"며 "그 뒤 불심검문은 사실상 없어졌다가 최근 부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심검문을 둘러싼 폐지 논란,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정부는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불심검문을 해결책의 하나로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찰에게 불심검문시 요구되는 요건인 범행의 경중,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혐의의 정도, 질문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시켜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