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제약회사·모델 이름 빌려 '최대 50배' 차익 남겨
공정위, 고가(高價) 키 성장제 소비자주의보 발령
아이들 발육과 성장에 대한 부모 관심을 악용, "먹기만 하면 키가 10cm 이상 자란다"며 수백 만원 짜리 '키 성장제'를 판매해 온 제조업체 광고가 상당수 거짓광고로 드러났다.
약을 먹어도 키가 전혀 크지 않는 것도 모자라, 여드름 등 부작용까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중에 유통 중인 상당수의 키 성장제가 객관적인 효과검증 없이 유명 제약회사나 모델에게 수수료·광고비를 주고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업체들은 실질 공급가격의 50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쟁당국이 소비자에게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키 성장제 및 운동기구 등 관련업체 부당광고 혐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단순 일반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에 불과한 제품을 키 성장제나 키성장 기능식품으로 둔갑, 유명 제약회사 제품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가 많아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키 성장제 거짓광고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일례로 A씨는 인터넷을 통해 키 성장제 광고를 보고 업체에 상담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직원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서 "1년 정도 섭취하면 키가 5~7cm 자랄 수 있고, 키가 크지 않으면 30% 보상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300만원을 내고 1년 치를 구입해서 복용했지만 키는 단 1cm도 크지 않았다.
B씨도 인터넷 광고를 보고 상담신청을 통해 자녀 2명에게 줄 키 성장제 1090만원어치를 구입했지만 6개월 뒤에도 아이들 키가 전혀 자라지 않아, 속병이 생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제는 비단 이런 효능뿐만이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고, 사전에 환불해주겠다는 각서까지 받았지만 일부 판매업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불 처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까지 있다는 점이다.
C씨는 45만원 주고 산 키 성장제를 아이가 먹고 설사를 해서 반품을 요청했지만 10만원을 내야한다는 업체의 황당한 답변을 들었고, D씨는 410만원짜리 키 성장제를 먹다가 없던 여드름이 생겨 피부과 진찰까지 받았다.
병원 진단대로 약 복용을 멈추니 여드름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에 환불을 요청해도 업체는 개봉된 물품은 환불해 줄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늘어놓으며 C씨의 속을 긁었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거짓광고에 현혹돼 키 성장제 효능·효과를 과신해선 안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키 성장제는 대부분 단순히 건강 보조식품에 불과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광고 내용이나 상담직원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특히 유명 광고모델을 내세워 광고하거나 실제 고객 사용후기를 내세우는 광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기간 키가 몇 센티 이상 클 수 있다"거나, "식약청이 인정했다", "유명 제약회사에서 개발했다"고 하는 광고 문구들은 대체로 의심을 해봐야한다. 공정위가 조사한 가장 빈번한 부당광고 유형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는 단순히 수수료만 받고 이름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품포장용기 등을 통해 제조회사를 정확히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약 값 거품도 심각한 수준이고 안전성도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입 전에 반드시 의사, 식약청 등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업체들은 대체로 키 성장제를 공급가격 25배 이상에 팔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공급가격보다 50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패키지상품, 장기 섭취 유도를 통해 300~400만원어치씩 팔아치우는 것도 부당광고 제품의 특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반품해야 될 경우를 대비해 환불규정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고 관련 영수증, 증서 등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키 성장제 섭취 후 부작용 증세가 나타났다면 병원진단서나 영수증을 보관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현행법상 소비자는 상품 공급이후 7일 이내 반품을 요청할 수 있고, 방문판매 제품은 14일까지 반품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광고내용과 다를 경우 공급일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 환불요청을 할 수 있다.
현재 공정위는 키 성장제는 물론 키 성장 운동기구 등 관련업계 부당광고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후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