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 늦게 했어도 재량권 남용 아냐
세금고지서 송달일이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앞서면 조세채권 우선
세금이 체납 되었다고 해서 납세의무자의 채권자를 위해 과세관청이 곧바로 체납처분을 하여 체납사실을 공시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납세의무자의 경영상태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렵게 된 후에 압류 등 체납처분을 했어도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는 '조세를 체납한 사실을 알지 못해 추가로 대출해 주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배당이익소송 항소심(2011나96941)을 제기한 원고에게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의 채권자를 위해 체납사실을 공시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세금고지서 송달일자가 앞서면 조세채권이 근저당보다 우선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와인 수입 업체인 甲은 사옥신축을 위해 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토지를 매수한 후 2006년 8월 30일 乙은행에게 이 토지에 1번 및 2번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甲은 또 건물 신축자금으로 2007년 1월 26일부터 2007년 11월 19일까지 9회에 걸쳐 23억여원을 대출받아 건물을 신축한 후 2007년 12월 28일 乙은행에게 이 건물에 대해서도 1번 및 2번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한편, A세관은 甲이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수입신고한 물품(와인)에 관하여 누락된 관세·국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23억여원(조세채권)에 대한 고지서를 납부기한 2006년 12월 19일로 하여 甲에게 발송했다.
甲은 그 이후 2006년 8월 31일까지 체납조세를 분할 납부하다가 중단하였고, 이에 A세관은 甲의 토지와 건물을 압류했다. 乙은행도 甲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이들 토지·건물에 대해 2009년 2월 18일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받아 경매 법원에 채권계산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경매법원은 A세관의 조세채권 법정기일(2006년 12월 19일)이 토지근저당권 설정일(2006년 8월 30일)보다는 늦지만, 건물 근저당권 설정일(2007년 12월 28일)보다 앞선다며 A세관에 35억여원을, 자금 대출을 한 乙은행에게는 3억 4000여만원을 배당했다.
乙은행은 이에 불복해 A세관이 배당받은 금액 전부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세관의 부동산 압류는 甲의 체납세금 자진납부 및 유예조치 등에 따라 甲에게 압류 및 체납처분을 하지 않다가 甲의 경영상태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렵게 되자 압류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甲의 乙은행에 대한 사해적 대출의도를 알면서도 체납세금을 지속적으로 징수하고 건물을 담보로 확보할 의도로 재량권을 남용하여 체납처분을 유예하여 주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금융기관은 대출을 함에 있어 자신의 책임 하에 조세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세징수법에서도 납세증명서나 체납정보 제공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乙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조세체납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법정기일 변경문제와 신의칙 위반 등의 원고 주장을 모두 배척한 것으로, 조세 채권과 근저당권의 순위를 알수 있게 해 주는 의미있는 판결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업 등을 운영하면서 흔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해당 당사자들은 그 법률관계를 눈여겨 보며 적절한 대처를 할수 있도록 해야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