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 위원장(사진 = 김용진 기자)
김종인 경제민주화 방안 대부분 거부…朴의 경제민주화는 "불공정에만 초점"
결국 '토사구팽'인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된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다시 당무거부에 돌입했다.
행추위가 마련한 경제민주화 정책안을 박근혜 대선 후보가 '거부'하면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밝힌 것.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앞서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기업자율에 맡기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 '박근혜-김종인'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박 후보는 전날(11일) 김 위원장과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이 올린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기업집단법 제정,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재벌 총수 및 임원의 급여 공개 등에 대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나라당의 쇄신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성장 투트랙'을 시사하면서 강도 높은 재벌 개혁안은 꺼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10조 경기부양'으로 김 위원장과 이견대립을 있었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12일 SBS 라디오에 나와 "박 후보의 고민은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땔감(성장)을 마련하면서 구들장(경제민주화)도 고치자, 즉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 후보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일자리나 투자에 쓰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 된다는 것으로 저와 뜻이 같다"고 밝혔다.
■ 성장주의 측근 '경제통'들 입장 수용…'집토끼' 잡기 전략? = 이는 '성장주의자'인 김 단장을 비롯한 이한구, 최경환,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 박 후보를 둘러싼 '경제통'들의 일관된 주장을 박 후보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후보는 전날(11일) 주말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제 입장은 일관되게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한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는 그래로 둔다'는 내용"이라며 "기존 순환출자는 당시 합법적으로 허용이 된 것이기 때문에 (규제하면) 이것을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거듭 김 위원장과 뜻이 반대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전부 다 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되는데, 경제위기 시대에 몇 조원씩 들어가는 자금을, 그런 것보다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것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후보의 거부에 대해 김 위원장은 "후보의 입장이 그렇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라며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전권을 가진 후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며, 자기 안대로 하는 것이다. 나한테 동의 받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사실상 행추위 관련 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주변 경제통들이 '성장주의자'들인데 김 위원장 하나 갖고 되겠느냐"며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재벌에 대한 규제이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도 그마저도 안한다는 것은 그냥 불공정만 없애겠다는 것인데, 과연 경제민주화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에 이한구 원내대표가 선대위에서 제외되는 것은 김 위원장 뜻대로 됐지만, 측근 경제통인 안종범, 강석훈 의원이 행추위에서 나와 박 후보 비서실로 갔다는 것은 김 위원장 뜻대로 경제민주화는 안하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장' 선회에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로 인해 결국 '집토끼'인 보수층을 결집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나온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재벌들에게 '개혁', '해체'라는 용어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고, 그것은 보수의 용어가 아니다"라며 "야권이 재벌 개혁, 해체까지 거론하는데 우리까지 그런 말을 하면 '집토끼'들은 다 나간다. 후보께서는 전부터 불공정관련해서 규제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강경한 안(案)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이슈 주도권을 김 위원장이 만들고 이를 당 쇄신에 적극 이용, 중도층에 어필해 총선승리도 견인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단일화에 대응, '집토끼'를 잡기 위한 '성장'선회 전략이 박 후보에게 과연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