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종합건축사무소 등 7개 건축설계업체 제재
경쟁당국이 하도급 분야의 고질문제로 손꼽히는 계약서 미교부, 즉 '구두발주' 행위에 대해 최초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동안 건설업계 관행을 고려해 계약서 늑장발급 행위는 주로 경고나 시정명령에 그쳤으나,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과징금 부과 사례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건축설계, 엔지니어링 업종 하도급 실태조사를 통해 ㈜삼우종합건축사무소, 한국전력기술 등 7개 업체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특히 삼우건축사무소의 계약서 미발급 행위에 과징금 17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우종합건축사무소는 2009년 국립생태원 체험관 건립공사 설계공모 등에 참여하면서 하도급업체들과 기계설비 용역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면 계약서를 공사가 다 끝난 다음에서야 발부했다.
현행법상 계약금액, 대금지급방법 등이 게재된 계약서는 반드시 거래 이전에 작성해야 되는데, 삼우건축사무소는 이를 무시하고 무려 55차례나 계약서 교부 없이 용역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삼우건축사무소의 구두발주 행위에 이례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 위반 횟수가 많고 재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징금 제재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면계약서 미발급 행위나 지연발급에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도 반복적인 계약서 미교부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한 한국전력기술의 대금지급 지연행위와 삼성에스엔에스,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계약서 지연발급 행위 등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렸고,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엔지니어링, 디섹 등에 대해서도 경고조치했다.
플랜트, SOC 등 대형 건설의 기획, 타당성 조사, 설계, 시험, 조사, 감리 등을 담당하는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국내시장 규모는 약 6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1%(47개)가 대기업이고 이외 상당수가 영세 중소기업이다.
건설업종과 마찬가지로 시장 자체가 하도급 계약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에 따라 공정위는 향후 관련 시장의 구두발주 행위에 대해 집중 점검하는 한편,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 지급도 법정기한(목적물 수령이후 60일 이내)까지 전달되도록 하도급업체 보호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