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제도(FATCA)가 해외시장 확장을 모색하는 국내은행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FATCA는 미국인의 해외금융계좌를 통해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해외금융기관들이 해당 국가의 미국인 계좌와 거래내용을 미국 국세청(IRS)에 보고하도록 한 강제규정이다.
19일 농협경제연구소는 주간브리프에서 FATCA를 집중 조명하며 "국내 은행들이 FATCA에 대비해 전담조직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에 따라 이로 인한 인력과 비용 측면의 경영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FATCA가 시행되면 국내은행들은 미국인 계좌를 파악해 그 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 계좌주들에 대해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또 해외 금융기관이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는 미국 내 투자로부터 지급받는 배당, 이자 등의 금액에 대해 30%의 원천징수를 실시하게 된다.
연구소에 따르면 예금, 수탁, 증권투자, 현금성 보험계약 및 연금계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해외금융기관들이 주요 대상이며, 대부분의 국내은행들은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제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
연구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세계 50개국 이상의 국가 및 관할 지역과 FATCA 구현을 위한 협력을 추진중이다.
지난 8일 미국 재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스위스 등과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9월에는 영국과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 호주, 스웨덴 등과 함께 적극적인 정부간 협정을 통해 2012년 말까지 협상을 체결하기를 원하는 지역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하다.
미국 법령에 대한 국내 법 저촉 문제와 그룹의 모회사가 직·간접적으로 50% 초과지분율 및 주식가치를 보유하는 경우 연계그룹으로 취급해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지 여부 등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
더불어 국가간 협정 이후에도 각 은행에서는 FATCA 적용 대상 법인(계열사) 및 금융상품 파악, 새로운 금융상품 설계시 FATCA 영향 고려, 비협조 계좌에 대한 원천징수 절차 설계 등을 고려해 전담조직과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국민,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이 FATCA의 사정권에 들어오며, 농협도 뉴욕사무소가 지점으로 전환될 경우 적용을 받게 된다.
이처럼 국내은행들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은행 나름대로의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농협경제연구소 관계자도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FATCA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정리했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융기관의 대응방안 제시는 정부간 협상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적용대상 기관과 계좌에 예외를 두고 있는 FATCA의 예외규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은행에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