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 전반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위험 요인을 집중 점검하고,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은 7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저금리·저성장·고령화가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들을 살펴본 뒤 신상품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을 살리고, 중소기업 정책 대출 및 주채권은행 실사 기능을 강화한다고 전했다.
권 원장은 "크게 가계 부채, 기업 부실, 회사채 시장에 위험 요인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다중 채무자가 내년에 가장 고심해 해결해나갈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중 채무자들에 대해 1금융권, 2금융권을 망라한 워크아웃(walkout) 프로그램을 짜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대로 둘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한 결과, 경제성장률과 기준 금리가 1%로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은행(18개)의 당기순이익은 5년 후 1조4000억원, 10년 후 마이너스(-)5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당기순이익(8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후는 16.5%까지 떨어지는 것.
권 원장은 "은행들이 이에 대비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창출하거나 영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 상품의 개발 규제를 풀고, 금융회사들은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되, 지나치게 고(高)위험 위주로 흐르지 않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역별로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부동산 변수를 비롯해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증권사의 부실화, 보험회사의 저금리 역마진 등이 있다"고 꼽았다.
한편, 부실기업의 도산 가능성도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권 원장은 "내년에는 기업들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외감(外監) 기업 중 20%(3000개)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금감원 분석 결과, 최근 웅진그룹 계열사의 부도 사태 이후 초우량 회사채(AA등급 이상)를 제외하면 차환 발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 원장은 "우리 기업의 신용 등급이 선진국에 비해 과대 포장된 측면도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도록 경색을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프라이머리CBO(신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 및 하이브리드채권,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권 원장은 주채권은행의 역할 강화도 강조했는데,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주채권은행이 (채무 기업들을)엄정하게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계열사 경영 및 투자를 무분별하게 할 수 없도록 주채권은행이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하도급 업체가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상생보증대출을 늘리고, 대기업 부도 시 은행의 상환청구권이 적용되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를 개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