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봉형' 금융 감독 체계, 상당수 우려 제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 감독 개편에 대한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논란의 중심축이었던 트윈 픽스(Twin Peaks) 모델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윈 픽스는 현재의 금융감독원을 2개로 분리해, 금융회사 건전성과 금융 상품 영업을 각각 감독하도록 하는 이른바 '쌍봉형' 금융 감독 체계로 불린다.
호주와 영국에서 현재 운영되거나 계획 중인 방식이지만, 아직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만큼 위험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한국금융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상당수의 학자들이 쌍봉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쌍봉형 체계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금융 상품의 민원 및 분쟁 등을 계기로, 금감원의 권력과 기능을 축소하면서 정보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쌍봉형 체계 자체가 검증되지 않은 모델인데다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날 김홍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금융 감독 개편을 두고 해외 사례가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 크기의 나라도 아닌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쌍봉형 체계가 되더라도 금융 위기가 또다시 반복되면 감독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며 "새로운 감독 기관을 금감원 내부 준(準)독립기관으로 두고 인사와 예산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쌍봉형 대신에 금감원을 큰 감독원과 작은 감독원으로 분리하고, 작은 감독원이 큰 감독원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되도록 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제안됐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금융감독자문위원회를 신설한 것과 같은 구조인데, 위원회가 두 감독 기관을 감시하거나 업무 조정 등 교통정리를 하도록 한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하나의 정책을 두고 두 감독 기관이 충돌하거나 서로 책임 회피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위원회가 이를 중재하도록 하면서, 감독 기관을 정치권과 금융권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시켜야 한다"며 쌍봉형 체계에 반대했다.
금감원 입장에서 볼 때, 조직이 둘로 나뉘는 것과 비교하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쌍봉형 체계를 여전히 고수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쌍봉형 체계는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내부 시스템 지칭)를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고, 하드웨어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금융 감독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소비자 보호라고 본다. 금융거래의 기본은 신용에 전제하는 만큼 쌍봉형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감독 기관의 규제 방향이 상반되거나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순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건전성 감독의 대상을 은행과 보험, 대형 펀드로 한정하고, 영업 행위 감독의 경우 이들을 포함해 금융 상품 전체를 맡게 하면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