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信經)분리 효과 미미…목표실적 반토막
직원 퇴직금 소송 등 패소로 실적 악영향 불가피
농협이 지난 3월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信經)분리를 단행한 이후 실적 부진과 악재가 겹치며 오히려 신경(神經)분리의 멘붕(멘탈 붕괴)를 겪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직원 퇴직금 소송에서 져 퇴사한 직원 2000여명이 68억원의 퇴직금을 돌려 받게 됐다. 재직직원들이 받을 금액까지 고려하면 약 650여억원에 달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지난 2월 농협 퇴직직원들이 주장한 '직원복지연금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퇴직금을 적게 받았다'는 주장을 받아 들여 농협중앙회에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대상 직원수가 가장 많은 곳은 농협은행으로 550억원을 부담해야 하며, 나머지는 농협중앙회 등이 부담하게 된다.
농협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당기순이익 3537억원의 16%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신경분리 이후 좀처럼 탄력을 받지 않는 실적 때문에 고민인 농협에 이 같은 악재는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업친데 덮친격'이 됐다.
농협은 지난 3월 신경분리 이후 부족자본금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며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당초 정부는 신경분리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6조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결국 1조원의 현물 출자와 4조원의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보전으로 변경됐다.
또 현물출자(KDB금융그룹 및 한국도로공사의 주식 각 5000억원)가 끝내 연내에 이뤄지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되면서 신경분리 첫해부터 농협 내부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채권 발행에 대한 이자보존을 위해 농림식품수산부와 맺은 경영개선 약정서와 관련해서는 노조에서 '노비문서'라고 반발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농협금융지주와 은행장을 겸직했던 신충식 은행장이 취임 100일도 안돼 돌연 지주회장직을 사임하면서 또다시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6월 20일 주주총회에서 농협금융지주의 새 수장으로 신동규 회장을 선출했지만 문제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었다.
신경분리를 통해 5대 금융지주체제가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목표치인 1조원 순이익에 크게 못미치는 5000억원 수준의 반토막 성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신한(4850억원), KB(4101억원), 우리(5039억원), 하나(2339억원)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지주사의 한 분기 당기순이익을 겨우 채운 것이다.
또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누적순이익이 대부분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어 5000억원대 순이익을 바라보는 농협금융과의 격차는 더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