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웨덴의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과 특허분쟁에 휘말리면서 모바일 특허 싸움이 통신장비까지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전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에릭슨이 제조하는 통신장비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요청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요청은 에릭슨이 지난달 30일 ITC에 특허위반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TV, 미디어플레이어 수입금지를 요청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릭슨이 제기한 문제를 검토한 결과 에릭슨이 요구하는 수입금지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에릭슨의 무선통신 장비들이 삼성전자의 특허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 관세법 337조 위반으로 ITC에 제소했다.
미 관세법 337조는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정되는 물품이 미국 내로 수입되는 경우 이를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해 수입금지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를 요청한 것도 같은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한편 에릭슨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표준특허의 제공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협상을 벌여 왔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에릭슨이 기존 라이선스 계약 때와 달리 과도한 특허사용료를 요구해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릭슨은 2006년 삼성전자가 무선 주파수 증폭 기술 등을 침해했다고 제소했으나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권의 상호사용)를 통해 해결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사업에 진출하지 않아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에릭슨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통신회사 쓰리’와 LTE(롱텀에볼루션)망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유럽에서 운영되는 첫번째 상용 모바일 망”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모바일과 전자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공룡이 된 삼성전자가 자신의 안방에서 주력사업 분야를 목표로 진출한데 대해 에릭슨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 그리고 브랜드파워를 가진 삼성이 단순한 기기의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장비사업에까지 진출하는데 대한 경계심이 이번 소송의 확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로플럭스의 여인봉 국제변호사는 “삼성은 이제 이름만으로도 경쟁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상대가 되었다”며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에릭슨이라고 하더라도 삼성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으며 이번 소송 건도 단순한 특허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전략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