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금융빙하기' 생존전략은?

리스크 관리 최우선…핵심사업 영향력 확대

2013년을 맞이하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각오는 그 어느 해보다 결연하다.

올해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수익 악화는 물론 금융사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금융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5대 금융지주로 불리는 신한, KB, 하나, 우리, 농협금융은 올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신성장 동력에 대한 차별화 된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다수 금융지주가 시장 지배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수성(守成)'을, 신성장 부문에 대해서는 '선공(先攻)'을 다짐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 신한, 사면초가 위기에 시장지배 '수성' = 신한금융은 올 한해 전략목표를 '신한 재창조'로 설정하고 시장 지배력을 수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

신한금융이 지난달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진에 대해 임기를 연장하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경영진간 이동을 하도록 한 것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올 한해 금융시장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때 은행의 성장을 견인했던 주택담보대출은 더 이상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없고,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수신이나 투자상품도 차별성이 사라진지 오래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자랑하던 카드 사업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자산 성장의 제약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고, 주식 거래 수수료에 기반을 둔 금융투자의 리테일 비즈니스도 거래 규모 및 마진 축소로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신한 측의 분석.

이 같은 악조건 속에 신한금융이 선택한 해법은 재무적인 안정장치를 충분히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수성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분석해 리스크가 커진 영역은 성장을 제한하고,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자산으로 이를 대체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꾸준히 추진하는 한편 가계대출이나 거액 기업여신 등 위기 발생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따뜻한 금융을 통해 구축한 고객과의 깊은 신뢰관계가 더욱 강력한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뜻한 금융'을 경영 관리 시스템에 반영해 영업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성장통(?) 겪은 KB, 글로벌 경쟁력 확대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추진하다 지난해 좌절된 ING생명 인수와 관련해 '지주회사의 성장통(痛)'이라고 회고했다.  

이 말에는 올해는 성장통을 딛고 '내실강화와 고객신뢰 제고'로 한층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숨겨져 있다. 

KB금융이 최우선적으로 펼칠 전략은 리스크 관리다. 올해 시장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견실한 자산 성장과 적정 NIM(순이자마진) 관리 등을 통한 수익관리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KB금융은 소매금융, 퇴직연금, 체크카드, 자산관리 등 핵심사업에 대한 시장리더십을 강화하면서 신(新)성장사업은 기반을 더욱 확대해 그룹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은행의 글로벌사업부를 본부체제로 확대·개편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는데도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지점과 중국 현지법인의 개설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온 만큼 이를 축으로 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것.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와 ING생명 한국법인에 대한 인수추진이 잇따라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새로운 수익원 확충을 위해 주주 및 이사회 동의 등 여건이 허락한다면 재차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 우리금융, 카드사 독립 지원…신사업 선점 = 우리금융도 올 한해는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 금융사들간 치열한 영토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 같은 주도권 다툼에서 안정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실자산 급증에 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전사 리스크관리시스템(ERMS)을 비롯한 통합 위기관리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Contingency Plan TFT'를 운영하며 시나리오별 액션 플랜(Action Plan)을 수립하고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저마진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수익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기존에 영위중인 사업, 고유 핵심사업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출범하는 카드사가 조기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공동마케팅과 연계영업 등 그룹 전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스마트금융을 포함한 IT 신기술 동향을 연구하고, 인구 고령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등 인구구조의 중장기적인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앞서 개발해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해 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진출도 거침 없이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지법인 설립과 적극적인 M&A를 통해 현지인 중심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하나금융, 그룹 시너지 확대 본격화 = 하나금융지주가 판단하고 있는 올해 시장 상황은 타 금융지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 

3%대 저성장 기조 속에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와 시장의 저금리 기조 장기화는 수익성을 악화시킬 지뢰밭으로 꼽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외환은행 등과의 서너지 확대를 본격화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본부 슬림화를 추진한 바 있으며, 이 같은 조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가장 방점을 두는 대목은 바로 그룹 내 시너지 확대다. 지난해 외환은행을 그룹내로 끌어 들여 주로 소통을 이루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상생의 길을 찾아 그룹 발전을 위해 한 단계 전진해 나가겠다는 것.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외부로의 에너지 발산을 위한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경비절감과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등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위기 극복방안보다는 임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

'종합건강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직원들의 육아 부담 완화를 위해 전국에 총 11개 직원자녀 전용 푸르니집을 신설해 운영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시장이 얼어 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하기 보다는 본격적인 그룹 내 결속을 통한 시너지 확대에 주력해 '국내 대표 금융그룹',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기본 전략이다.

■ 농협, 비상경영 지속…손익 목표 달성 '올인' = 농협금융지주는 연초에도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하며 지난해 실패한 손익목표 달성에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다부진 게획을 세우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업구조개편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판매관리비 증가, 침체된 시장상황 등으로 인해 당초 1조원 순이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내실성장을 추진하는데 모든 역량 기울여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수익원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실 성장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연초부터 여신심사 강화, 부실채권 집중관리 등을 통해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신사업 발굴과 시너지 창출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와 고객기반 확충에 집중키로 했다.

또 자산·부채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과 함께 수수료 사업 강화, 전략적 제휴 추진 등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범(凡)농협 차원에서 금융·유통을 아우르면서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법인별로 대표상품을 내놓은 것도 마케팅 붐을 조성해 고객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타 금융지주에 비해 뒤쳐져 있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과제다. 해당국 금융당국에 의해 지연됐던 미국 뉴욕지점과 중국 북경사무소 개설이 이뤄지게 되면 이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금융벨트 구축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