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취지 위배·형평성·재정부담…'3大 우려'
정부 "빠른 시일 내 택시지원법 마련"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대중교통법)'의 거부권을 행사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택시법 공포안'과 '재의 요구안'을 심의한 뒤 재의요구안을 선택했다. 재의요구안은 이날 중 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국회로 송부돼 재의 절차를 밟게 된다.
택시법 개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켜 택시의 구조조정, 택시 승강장 설치,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다.
당초 택시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까닭에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게된 배경에는 이번 개정안이 대중교통육성을 위한 입법취지 및 법체계를 위배했고, 유사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부담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법은 대중교통 육성을 통해 교통혼잡 및 환경오염 방지, 에너지 절감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는 대중교통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이란 대량 수송이 가능한 교통수단이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를 갖고 운행하는 것을 의미하나 택시는 개별교통수단으로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에 비춰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한 경우가 없으며, 국제기구인 국제대중교통협회에서도 택시를 개별교통수단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택시의 대중교통 편입 불가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임 실장은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를 갖고 대량수송하는 여객선과 항공기, 통근 통학용 전세버스도 대중교통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요건에 맞지 않는 택시를 포함할 경우 형평성 문제 뿐 아니라 정책의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도지사협의회 및 대부분 시·도에서 택시법에 반대하는 등 지방재정의 부담 가중도 우려됐다.
임 실장은 "택시법 대신 택시지원법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면서 "택시산업의 과잉공급에 따른 근본적 문제와 획일화된 택시요금체계, 운전자의 열악한 근로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