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이 반영된 정부 조직개편안의 그림이 완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하는 일이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안이 확정이 되어야만 장관 후보자 지명 및 인사청문회 등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와 같은 전 정부 각료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1차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의원입법안 형태로 국회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23일 현재까지 입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인수위가 지난 22일에서야 정부 조직개편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이 쌍용차 문제에 합의, 임시국회를 연다 해도 현재로서는 사실상 1월내 통과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대표발의 할 의원에게 입법안을 넘겨주기 위해 최소한 1주일 정도를 행정안전부가 인수위 로부터 넘겨 받은 조직개편안을 다듬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28일∼29일이 되어서야 국회에 법안이 제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조가 필요한 민주당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발목잡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100% 공감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 비대화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여론 수렴 창구인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 후 입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 결과적으로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2월 중순을 넘겨 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5년 전 상황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만든 정부 조직개편안에 통일부와 여성부 통폐합 문제가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지면서 대통령 취임식을 불과 며칠 앞둔 2월22일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제개정안이 대통령 취임 이후인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각 부처 장관 취임이 늦어졌고, 결국 이명박 정부 첫 국무회의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두 번째 국무회의 때는 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11명이 참석했지만 회의 개의 정족수가 부족해 전임 장관 4명을 급히 불러오기도 했다.
정부 조직개편안의 처리가 하루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5년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신설되는 부처(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가 있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 지명 및 인사청문회를 위해서는 정부 조직개편안의 발빠른 처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신설되는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가 의견을 조율해 인사청문회를 먼저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수위가 마련한 조직개편안 원안에 대한 변형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수위 원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변형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마련한 정부 조직개편안은 통폐합 대상이었던 통일부의 유지가 결정됐고,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서 만든 정부 조직개편안의 내용도 상당부분(재정경제부 등 4개 부처 복수차관제 도입, 건설교통부 명칭 개정) 수정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인수위가 설정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분야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