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평(下馬評).
정부 개편이나 개각, 주요보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의미한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뒤부터 언론 등을 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차기 정부 내각 구성원(국무총리,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내달 25일 박 당선인 취임식 전에 조각을 끝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주요 인사들의 면면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한 언론사에서는 취재진에 '포상금'까지 걸고 취재를 독려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 당선인의 인사는 이 같은 하마평들이 무색해 질 정도로 여지없이 예측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정말 주요 보직에 앉고 싶은 인사들은 하마평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인사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실제로 차기 정부 주요보직에 발탁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깜짝 인선의 '백미(白眉)', 인수위원장=총리 후보자 =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총리 후보자는 현재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 분입니다"
지난 24일 인수위 기자회견장을 직접 방문, 새 정부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박 당선인이 꺼낸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사실상 이날 발표 직전까지도 이른바 '빅4', '통합형', '실무·관리형' 등 인수위 외부인사 위주로 설왕설래가 오갔고, 김황식 현 국무총리가 유임될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모르는 안개 속이었던 셈이다.
이는 박 당선인은 물론 이날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 위원장 스스로 그동안 "인수위원이 차기 정부 인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미리 '연막'을 쓴 효과가 상당히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총리 지명자는 "박 당선인의 뜻은 인수위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해서 꼭 정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지, 인수위에서 일했던 사람이 정부에 안 간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언론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을 기점으로 세간 하마평의 관심은 또 다시 인수위 내부로 쏠리는 모양새다. 사실 그동안 능력이 있거나 임명이 가능한 인사임에도 '인수위원 입각(入閣)배제' 원칙에 따라 유력후보군에서 빠진 측면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들이 향후 장관급 인선에서 어느 정도 적중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이번 총리지명 때만 해도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조차 "(발표시간인) 2시에 알았다"고 할 정도로 박 당선인이 인사보안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밀봉(密封)' 깨는 하마평 적중 인사 나올까? = 이번 김용준 총리 지명자까지 예상을 깨는 파격·깜짝 인사들이 이어지면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장관급 국무위원과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할 비서실장 등 청와대 주요인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차기 정부 '부총리'로 승격돼 규모나 위상이 한층 커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와 박 당선인의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다.
우선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한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필두로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이한구 원내대표는 입각 자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미국 특사단에 전격 파견된 모습 등을 볼 때 완전히 후보군에서 배제하긴 어렵지 않냐는 관측도 나온다.
초대 미래부 장관 후보자로는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지낸 황창규 전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 이석채 KT 회장과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창조산업추진단장을 지낸 민병주 의원, 전하진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현역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실장직도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다.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권한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위급 인사를 전담하는 인사위원장을 겸임하는 등 한편으로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선 3선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권영세 전 의원, 최외출 전 대선캠프 기획조정특보,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일호 현 당선인 비서실장,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 등이 후보군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그동안 대통령실장의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례를 고려할 때, 현역 의원들보다는 이동이 자유로운 인사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유일호 비서실장(송파을 국회의원)의 경우 "인수위가 끝나면 의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 향후 인선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 '안보강화'를 위해 현 정부 수석급에서 실장으로 격상되는 국가안보실장에는 현재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인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 윤영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국정 아젠다를 관리하는 국정기획수석에는 유민봉 현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안종범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 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안전행정부 장관에는 박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경제적 식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공정위의 경우 임기 등을 고려할 때, 현 정권에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비교적 충실하게 역할을 소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동수 위원장의 1년 유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장 자리는 현 양건 감사원장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아있지만, 차기 정부를 위해 용퇴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활약한 뒤 홀연히 캠프를 떠난 안대희 전 대법관의 기용설이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소 예술계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과 모철민 대통령직인수위 여성문화분과 간사(예술의 전당 사장) 등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청에서 처로 격상되며 차기 정부 먹거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게 될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는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 김승희 식약청 차장, 이광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 인사도 무게감을 고려해 장관급 인선과 동시에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임기가 남은 경찰청장을 제외한 국정원, 검찰청, 국세청 기관장의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안정적인 조직운용을 위한 내부승진과 조직개혁을 위한 외부인사 기용설이 팽팽히 대립 중인 상황이다.
차기 정부 내각을 구성할 장관급 국무위원 후보자 명단은 이르면 내주, 늦어도 내달 초에는 발표될 전망. 코 앞에 다가온 최종인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이 과연 이번에도 모두의 예상을 깨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