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로 낙점된 김용준 인수위원장.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극복해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내고 이제는 '내각의 꽃'인 국무총리라는 자리까지 오르게 될 예정인 김 지명자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 등에 업혀 다니면서 끈질기게 공부해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과 최연소 판사라는 타이틀을 얻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대표적인 성공모델이 됐다.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선출마를 반대했다가 구속된 육참총장을 석방시킨 소신 판결로도 유명한 김 지명자는 오랜 시간 법관으로 살아왔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 지명자의 '삶' 자체가 총리 후보 발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경력이 오히려 김 지명자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국정 전반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감각도 있어야 하는 총리직에 김 지명자가 적합하냐는 것이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자질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억원이라는 그의 재산 형성과정과 장·차남의 병역 문제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력이 약해 의사소통이 원만치 않는 등 건강 역시 총리직 수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도 그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 법관 생활만…책임총리 가능할까 = '책임총리제'는 박 당선인의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철학 중 하나다. 책임총리제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으로 박 당선인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었다.
인사권 외에 다른 국정운영 권한까지도 총리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입장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김 지명자가 책임총리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대법관과 헌재소장 등 법조계 경력이 전부인 김 지명자가 과연 국정 전반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국정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현재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정치경력이 전무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국정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만 답변이 가능할 뿐더러 국회와의 현안 조율에 있어 정무 감각은 필수지만 김 지명자가 이를 잘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다.
김 지명자가 대선 기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시절, 여론조사에 대한 보고가 올라오면 "나는 정치를 모르니 여러분들이 알아서 해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지명자가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박심(朴心)'을 읽는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넘어야 할 산 '청문회'…재산·자녀 병역 '쟁점'될 듯 = 김 지명자는 한 번도 청문회를 거친 적이 없다. 때문에 청문회의 기본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재산형성 과정이나 병역 문제,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다방면에 걸친 '저인망식' 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여파로 헌재소장 재직 시절, 특정업무경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재산형성 과정과 병역 문제다.
서울대를 나와 사시를 합격하고 대법관을 지내 헌재소장까지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만 거친 김 지명자의 재산은 1993년 대법관을 할 당시 29억6000만원이었다.
그 당시 대법관을 하던 13명 중 20억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한 경우는 단 3명이었다. 이에 세간에서는 김 지명자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이후 지금까지 재산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김 지명자가 헌재소장 퇴임 이후, 닷새만에 대형로펌인 '율촌'으로 갔다가 현재는 넥서스의 고문변호사인 것을 감안하면 재산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지명자의 장·차남의 병역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남 김현중 씨는 1989년 신장과 체중 미달로, 차남인 김범중 씨는 1994년 통풍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통풍을 악용해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았다.
□ 최고령 총리…건강 문제 '솔솔' = 역대 최고령 총리인 김 지명자의 건강 문제도 총리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력이 좋지 않은 김 지명자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일각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는 총리직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아마비로 걷는 것이 불편한 김 지명자가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대정부 질문을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더구나 김 지명자는 청력이 약해 취재진의 질문에 항상 "뭐라고요?"라고 되묻거나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김 지명자가 총리가 된다면 외국 정상을 비롯한 외빈을 접대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생겨 외교적 결례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총리실이 세종시로 옮겨간 것도 고령인 김 지명자에겐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며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도 이 같은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김황식 총리를 비롯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들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