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숨은 세원' 15조원 캘 수 있다"

공무원 복지 포인트 및 종교인 소득 과세

새 정부가 추진할 각종 복지 확대정책을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추구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 구체적인 재원확보 방안의 현실성을 두고 찬반양론이 대립 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이 추진코자 하는 FIU(금융정보분석원)의 국세청 정보공개 확대를 중심으로 도처에 숨어있는 비과세 사각지대를 찾을 경우 연간 15조원 상당의 추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숨은 세원 찾기, 구체적 방법 10가지' 토론회를 열어 정치권, 조세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세원확보 방안들을 논의했다.

□ "공무원 특권 버려라"…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과세 = 김 의원은 우선 현재 관행적으로 비과세 되고 있는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에 소득세를 과세할 경우 연간 4500억원 상당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직급보조비의 경우 대통령 320만원, 장관급 월 124만원, 3급 상당 월 50만원, 5급 월 25만원씩 매달 지급되는데 소득세법상 별도의 비과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 의원실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매년 지출되는 직급보조비는 연간 1조5000억원에 육박, 최근 5년간 지급된 금액만 7조1378억으로 미납된 소득세가 1조70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2005년부터 모든 공무원에게 기본 30만원씩 지급되고 근속연수마다 1만원씩 더해져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도 명백한 소득세 과세대상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연 5000억원씩 지급되는 복지포인트에 과세가 전격 시행될 경우, 국세징수권 소멸시효기간(5년)을 고려할 때 이에 따른 미납세금 3800억원을 징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2005년 공무원 직급보조금, 2006년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한 과세여부를 질의했으나 8년 동안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반기업의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가 과세대상인 점에서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해외 파견근로와 관련해서도 공무원이 민간 기업보다 더 면세 받는 부분을 고려할 때, 2011년 1195억원, 2012년 1365억원, 2013년 1512억원의 세수 감소가 추가로 발생됐다고 분석했다.

□ 종교인 비과세 폐지, 금·보석 양도차익 과세 = 김 의원은 종교인 소득세 과세를 전격 시행할 경우 연 2000억원 가량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종교인 과세제도 설계과정에서 소득성격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근로자와 달리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세 부담이 과도해 질 수 있지만, 이를 고려해 과도한 공제혜택을 부여할 경우에는 세수효과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 2000만원 사례금을 받는 성직자의 경우 근로소득 과세 시 46만5000원이 과세되고, 기타소득 과세지 154만5000원이 과세되지만, 기타소득 80% 공제가 적용되면 연간 소득세 납부액이 9만원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일각에선 종교인의 사례금을 일반 노동자의 봉급과 다르기 때문에 근로소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며 "이런 불필요한 논쟁을 막기 위해 종교인이 받는 대가를 급여가 아닌 사례금으로 인정하되, 이에 대해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식의 세법개정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 의원의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는 또한 현재 과세장치가 전무한 금, 보석 등 귀금속 거래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서도 시급히 과세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에 따른 과세효과는 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국회 논의과정을 통해 과세방식이 명확해 질 경우 상당한 추가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강원랜드 테이블 게임에 사용되는 칩도 슬롯머신이나 기타 복권, 경품권과 마찬가지로 기타소득 형태로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슬롯머신의 경우 500만원 초과 이득 시 과세되고 있는데 이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강원랜드에서 쓰이는 칩을 교환하고 환전할 때 양도차익을 부과하는 방식이 있지만 환전소가 아닌 게임자와의 칩 거래로 조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고, 슬롯머신이나 복권처럼 과세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과세기술은 추후 조세전문가들이 논의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 FIU 금융정보 제공 확대, 간이과세 폐지 = 보고서는 현재 인수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FIU(금융정보분석원)의 STR(1000만원 이상 자금세탁 등 혐의의심 거래), CTR(1회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정보공개를 과세당국에 확대할 경우 최대 5조5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를 통해 고액체납자의 현금거래, 차명거래 등 재산은닉행위 적발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추가 세수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국세청 금융정보 공개 확대로 연 5조5000억원 상당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 의원은 "국세청이 너무 많은 정보를 독점적으로 접근 할 수 있다면 관련 정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아직까지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해진 권력을 악용할 수 있다"며 예상되는 문제점도 거론했다.

또한 김 의원은 현재 유명무실해진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 금융차명거래를 원천적인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고액체납자의 특수관계인 자산형성과정을 추적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등 세무행정력 강화로 상당한 추가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현행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인 간이과세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국선세무사 제도를 도입해서 영세사업자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이과세제도 폐지 시 연 4조2000억원의 추가세수가 예상된다. 다만 김 의원은 "연매출 2400만원 이하 영세사업자는 부가세 면세혜택을 주고, 소득세 증가분을 환급할 경우 피해는 최소화하고 세원은 투명해 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국선세무사 제도 도입과 관련 "정부로부터 직접 급여를 받고 신고지도, 기장대행, 세무조사 협력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기장신고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 조세인프라를 확충하고 늘어나는 세수입을 고려하면 운영비용은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상장주식 및 파생상품에 양도차익 과세제도가 전격 도입될 경우 장기적으로 연간 2조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숨은 세원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가 증세를 반대하는 명분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수입 증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반드시 참신한 세제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특권, 성역으로 대표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숨은세원 찾기, 구체적 10가지 방법>